어어부.황신혜 밴드 앨범 엇갈린 반응 - KBS, 일부곡 방송부적격 판정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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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43면

“그대여 비가 내려 외로운 날에 짬뽕을 먹자/그대는 삼선짬뽕 나는 곱빼기 짬뽕/우하하하-짬뽕 짬뽕 짬뽕이 좋아”(황신혜밴드의'짬뽕')“아침에 일어나니 소세지 굽는 냄새/아니나 다를까 와-맛있겠다 소세지반찬/내 짝꿍 반찬 깍두기 반찬

웩 맛없겠다 깍두기 반찬”(어어부밴드의'소세지 깍두기').

최근 발매된 황신혜밴드의 1집은 리메이크곡'님과 함께'를 뺀 7곡 전부가 KBS에서 방송 부적격 판정을 받았다.'닭대가리''맛좀볼래''뒹굴뒹굴'등

제목부터 가사까지 저급하기 짝이 없다는 이유다.

같은 시기'담요세상''녹색병원'등 난해한 시가(詩歌)와'소세지 깍두기'등을 묶어 싱글을 발표한 어어부밴드도'염산을 들이마신다'는 표현 때문에 수록곡'아름다운 세상에'가 방송 부적격 판정을 받았다.

'황당하고 신비롭고 혜성같은 밴드''어부(漁夫)와 어부(漁父)'등 이름뜻부터 황당한 두 밴드는 한껏 낯설고 어린 노래로 상업가요의 일반적 형식을 철저히 조롱하고 무화시킨다.

'저급한 것이 아름답다'는 키치적 발상이 다분히 엿보이는 이들의 앨범은

표지부터 대단히 장난스럽다.

황신혜밴드는 노래가 담긴 CD위에 봉황문장과 국민교육헌장을 표기해

놓았고 어어부밴드는 트위스트 킴을 꽁꽁묶은 사진을 표지로

써놓고'사람들이 무슨 뜻인지 궁금하게 하고 싶어서'라고 의미를 댄다.

두 밴드는 갖은 기행으로 문화혁명을 외치는 삐삐롱 스타킹과 일견 비슷해

보이지만 프로가 아니라'취미밴드'를 자처한다는 점에서 상당히 다르다.

대학생.화가등 자기 직업을 유지하며 취미로 뛰어든 이들은'기존 질서에

록으로 저항한다'는 식의 명분도 없고 돈벌겠다는 의지도 없다.

그냥 노래하는게 즐거워서 불렀다는게 유일한

이유다.삐삐밴드의'유쾌한씨의 껌씹는 방법'의 모델이라는 황신혜밴드

베이시스트 조윤석씨는 이번 앨범의 광고문구를“풍선껌 맛있게

씹어주세요!”라 내걸고 있다.

아무 생각없이 재미로 씹는 껌이 바로 그들 음악의 상징이다.

하지만 이들 음악은 껌같다 못해 지나치게 가볍고 장난스러우며'작위적'이란

비판을 받고 있기도 하다.도덕적 엄격주의에 사로잡힌 가요팬의 기준에서

보면“음악을 빙자한 저급한 말장난”에 불과할 수도 있다.

그러나 단순화된 기타연주와 꽹과리등 국악기의 광범위한

채용(황신혜밴드)이나 록밴드면서 트로트의 패러디를 시도한

것(어어부밴드)등은 서구음악 모방에 급급한 기존 가요와 다른 거친 신선함을 주기도 한다.

이런 음악을 수용할 것이냐는 확실히 청중의 몫이다.

다만 대중음악평론가 강헌씨의 말대로 이들이 어떤 음악이건 뭔가 명분을 내세우고 나오는 가요판의 구습을 해체하고 오직'즐김의 음악'을 추구하며 상업가요계에 나선 새로운 밴드들인 점은 주목할 만하다. 〈강찬호 기자〉

<사진설명>

수록곡중 일부가 KBS로부터 방송부적격 판정을 받은 어어부밴드와

황신혜밴드의 앨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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