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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년간의 침묵 깬 마르케스 논픽션 '납치일기'로 복귀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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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8면

82년 노벨문학상 수상작'백년간의 고독'의 작가 가브리엘 마르케스(사진)가 15년만에 침묵을 깼다.

“사실주의에 가장 가까운 저널리즘은 내게 항상 소설만큼 중요했다”고 한 서방언론과의 인터뷰에서 밝혔듯 최근작'납치일기'는 허구에 바탕을 둔 소설과 현실을 담는 언론의 중간쯤인 논픽션.

'납치일기'의 주제는 90년과 91년 콜롬비아 사회를 공포의 도가니로 몰아넣었던 10건의 연쇄납치극.이 납치극의 주범은 남미 최대 마약카르텔의 두목으로 세계를 떠들썩하게 한바 있는 파블로 에스코바르.

소설의 주인공 마루하 파촌은 실제로 90년 콜롬비아 마약밀매조직인 이 카르텔에 의해 납치됐다 풀려났던 실존인물이다.

저자는 실제로 납치당했던 인물들의 증언과 살해된 자들의 주변인들에 대한 추적을 통해 콜롬비아의 고질병인 폭력과 부패의 실상을 파헤쳐 들어갔는데 그 종착역에 이르면 범죄조직의 뒤에 권력이라는 대도(大盜)가 서서히 윤곽을 드러낸다.

49년에 걸친 그의 작가생활에서 가장 심혈을 기울인 작품이기도 한'납치일기'에 대해 마르케스는 “그동안 발표한 모든 작품들보다 더 소설같다”고 자평했다.

남미의 도시 마콘도를 배경으로 현실과 신화를 절묘히 배합한'백년간의 고독'으로 환상적 사실주의를 개척한 마르케스가 고도의 소설적 미학을 포기하고'사실적 사실주의'의 저널리즘문학을 옹호하고 나선 배경은 어디에 있을까.마르케스는“문학

은 현실에 대한 투쟁이며 나는 그 수단으로 사건의 내막을 마지막 한방울까지 짜내는 치열한 언어를 선택했을 뿐”이라고 밝힌다.

현재 마르케스는 94년 마약조직의 선거자금으로 대선을 치른 에르네스트 삼페르 정권과의 갈등으로 조국을 떠나 멕시코와 쿠바등을 전전하며 집필생활을 하고 있다.

그러면서도 조국과 국민을 위해 자신이 할 수 있는 것은“쓰는 일”뿐임을 늘 강조해왔다.

'납치일기'가 출간되자 서방언론들은“가보가 저널리즘으로 돌아왔다”며 반가운 탄성을 울렸다.

가보(가브리엘의 애칭)는 50년대 콜롬비아의 엘 에스 타도르지 기자로 활약한바 있으며 군사정권의 비리를 대대적으로 폭로한 기사로 파리등지로 망명길에 오른 경력을 가지고 있다. 〈최성애 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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