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복제 어떻게 어디까지 규제할 것인가 - 장기복제.의약발전 계기 삼아야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1면

지금 인류는 양(羊)복제 성공으로 크나큰 고민에 빠져있다.생명복제를 그대로 방치한다면 엄청난 사회적.도덕적 부작용이 뒤따를게 뻔하고,반대로 이를 전면금지한다면 의료는 물론 농.축산기술도 상당부분 퇴보를 피할 수 없기 때문이다.생명

복제에 대한 합의도출은 쉽지않을 전망이지만 이 문제는 어떤 형태로든 가닥을 잡아나가야 할 것으로 지적되고 있다.생명복제기술의 실상과 예상되는 문제들,그리고 규제방향 등을 점검해 본다. [편집자]

'인간 꺾꽂이'시대의 서막이 올랐다.들판의 개나리 가지를 꺾어 번식시키듯

사람에게서 한점의 살(세포)을 떼어 똑같은 인간을 만드는 일이 가능해진

것이다.남녀가 '한몸'을 이루지 않아도 이른바 무성생식(無性生殖)을 통해

인간을 '만들

수'있게 된 것이다.

무차별적인 인간복제를 막아야 한다는데 대해 이론은 없다.문제는 관련

기술을 어디까지 묶고 푸느냐에 달려 있다.이번 양 복제에 사용된 기술을

먼저 살펴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조작통해 無性생식 성공

최근의 양 복제를 가능케한 고등동물의 무성생식은 수많은 실패에도

불구하고 여러 학자들에 의해 꾸준히 시도돼 왔다.학자들이'감히'이런 시도를

할 수 있었던 것은 피부세포든,머리카락 세포든 한 개의 체(體)세포에는 한

생명체의 모든

유전적 암호가 고스란히 보존돼 있다는 사실에 바탕을 둔

것이다.생식세포(난자 또는 정자)는 이와 달리 반쪽의 염색체에 정보 역시

반쪽만 담고 있다.

영국의 윌머트박사팀이 양 복제를 위해 선택한 체세포는

유선(乳腺)세포다.이 유선세포를 한마리의 양으로 키워내기

위한'인큐베이터'로는 미리 핵을 빼낸 미수정란을 사용했다.

유선세포는 정상적인 유선조직에 있다면 그저 유선세포로만 자랄

뿐이다.피부세포가 노화되면 새 살이 돋는 것과 전혀 다를 바 없다.머리카락

세포는 머리카락으로,손톱세포는 손톱으로 자랄 뿐이다.

이것이 바로'기존의 생명법칙'이다.

그러나 연구팀은 이런 법칙을 깨고'교묘한 조작'을 통해 무성생식을

성공시켰다.그 조작이란 다름 아닌 유선세포의 핵에 영양공급을 중단하고

굶긴 것.세포도 핵분열을 하기 위해서는 양분과 효소등이 필요한데 이를

공급하는 혈장액(血漿液)

을 거의 말려버리다시피 한 것이다.

이렇게 한껏 굶주린 유선세포 핵은 미수정란에 옮겨지자 마치 배고파 보채던

아이가 마구 젖을 빨아대듯 미수정란의 양분과 발생(發生)메커니즘을 이용해

세포분열을 재개했고 이것이 자라 복제 양이 됐다.생명공학연구소

김선정(金善正.동물발

생공학연구단위)박사는 “배고픈 유선세포 핵이 수정된 핵인 것처럼

미수정란을 속였거나,미수정란이 유선세포의 핵을 생식세포로 오인하고

분열을 시작했을 것”이라고 추측했다.

“기술적 성과는 살려야”

그러나 윌머트박사팀의 이런 실험이 모두 성공적인 것은 아니었다.당초

이같은'유선세포의 핵+탈핵된 미수정란'의 결합은 모두 2백77개였으나

자궁에 착상된 것은 2백47개였고 착상된 것들도 세포분열을 하다 중간에

멈추는등 우여곡절 끝

에 딱 한마리만이 정상적인 양으로 태어났을 뿐이다.

중문의대 고정재(高正在.의예과)교수는“미수정란의 세포분열 메커니즘은

동물의 종(種)마다 약간씩 다르다”며“핵을 바꿔치기하는 시점등에 따라

성공률에 큰 차이가 있을 수 있다”고 말했다.

결국 전문가들에 따른다면▶혈장액 농도 조정금지▶세포분열중

특정시점에서 핵및 난자 조작금지등과 같은 구체적인 기술적 규제를 통해

유용한 기술을 살려두면서도 인간복제등을 막을 수 있는 길이 있다는 것이다.

〈김창엽 기자〉

<사진설명>

유전자를 해독하는 생명복제 기술이 인류가 다루기 어려운'뜨거운 감자'로

부각되고 있다.그러나 복제기술을 통제만 할 수 있다면 인간의 복지는 또

한번 도약하는 계기를 맞는다는 점에서 관심도 커지고 있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