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DJ 때부터 논의해 온 방송 민영화 … MBC만 유독“언론장악 음모”궤변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05면

 MBC가 연일 정부와 한나라당의 미디어 정책을 공격하고 있다. 대기업 등에 방송 시장을 개방해 공영성을 훼손하고, 나아가 MBC 민영화를 통해 언론 장악을 시도하고 있다는 논리다. 그러면서 19일 최시중 방송통신위원장이 방송문화진흥회 행사에서 한 발언을 문제 삼았다. 최 위원장은 당시 “공영·민영·공민영으로 불리는 MBC가 이제 ‘정명(正名:바른 이름)’을 가져야 한다”고 말했다.

MBC는 즉각 “본사 잔치에 와 (구조 개편에 대한) 싸늘한 경고를 보냈다”며 한나라당이 내놓은 미디어 입법안을 비난했다. 당일 9시 뉴스에선 세 꼭지의 기사를 내보낸 데 이어 시사 프로그램·미디어 비평 프로그램을 총동원해 같은 논리를 나흘 연속 반복했다.

이에 대해 학계에선 “자사 이익을 위한 전파 사유화가 도를 넘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고려대 심재철(언론학부) 교수는 22일 “MBC 정체성 문제는 오래전부터 논의된 사안”이라며 “그런데 갑자기 (정권의) 언론 장악이 이뤄지는 것처럼 몰아가면서 기득권을 지키려 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그는 “MBC는 ‘음모론’을 확산시키기보다 공영성을 더 높이기 위한 자체 개혁을 서둘러야 할 때”라고 덧붙였다.

유독 흥분한 MBC=MBC는 19, 22일 ‘뉴스데스크’, 20일 ‘뉴스 후’, 21일 ‘시사매거진 2580’에서 한나라당의 미디어 입법안이 신문과 대자본에 방송을 넘겨주기 위한 선물이라고 규정했다. 또 방송 구조 개편을 통해 이명박 정부가 정권 재창출을 기도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프로그램 모두 구성이나 내용 면에서 큰 차이가 없었다. 연세대 강상현(언론홍보영상학부) 교수는 이들 프로그램에 네 번 모두 등장하기도 했다. 이런 MBC의 보도 태도는 뉴스에서 관련 내용을 보도하지 않은 KBS나 SBS와 비교됐다. KBS는 미디어 비평 프로그램에서만 관련 내용을 한 차례 내보냈다.

한양대 이민웅(신문방송학) 명예교수는 “MBC 보도는 (정체성 문제에 대한) 이해관계에 따라 자신의 입맛에 맞는 내용만 집중 보도하는 ‘캠페인 저널리즘’의 전형”이라며 “전파는 신문과 달리 공공재인 만큼 이를 사유물로 착각, 마음대로 쓰는 것은 큰 사회적 문제”라고 지적했다. 최홍재 공정언론시민연대 사무처장도 “자신들의 이익을 지키기 위해 방송이라는 공적 기구를 무단 사용한 것”이라고 말했다.

MBC는 위 프로그램들을 통해 “대기업이 방송에 들어오면 프로그램의 선정성이 높아지고 공영성이 훼손된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학자들은 방통위가 올 10월 발표한 ‘방송 평가’에서 MBC가 오히려 민영방송보다도 낮은 최하위 점수를 기록한 점을 거론하며 “근거 없는 주장”이라고 반박했다.

DJ 때도 MBC 구조 개편 필요성 제기=MBC는 최시중 방통위원장의 ‘정체성 발언’이 현 정부의 언론 장악 음모와 관련 있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MBC 구조 개편은 1999년 김대중(DJ) 정부 시절 방송개혁위원회(방개위) 보고서에서 이미 공론화된 것으로 확인됐다.

당시 방개위는 강원룡 목사를 위원장으로 하고, 강상현 교수 등 50여 명이 참여해 미디어 산업의 새 판을 짜는 작업을 담당했다. 방개위 보고서는 ‘MBC 위상 정립’이란 항목에서 MBC의 가장 큰 문제점으로 ‘소유 구조는 공영이나 재원은 민영적 성격이기 때문에 채널 성격에 대한 논란이 지속되고 있는 점’을 꼽았다. 현 정부와 한나라당도 이런 점을 지적하고 있다. 문제 인식의 출발이 DJ 정부 때와 같은 것이다. 방개위는 당시 문제점을 극복하는 대안으로 3단계 민영화 방안을 제시했다.

한국방송영상산업진흥원 강만석 박사는 “MBC 문제는 10여 년 전부터 꾸준히 언급돼 왔으며, 현 정부가 언론 장악을 위해 꺼낸 카드라는 주장은 사실과 다르다”고 말했다. 한국외국어대 김우룡(언론정보학부) 교수는 “방송은 계속 접할수록 무비판적으로 받아들이게 되는 ‘나코타이징 이펙트(마취 효과)’가 있다”며 “왜곡된 내용을 계속 내보내는 것은 심각한 문제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MBC 민영화 강요한 적 없다”=정부와 한나라당이 MBC 민영화를 통해 언론 장악을 시도하고 있다는 주장에 대해 한나라당 측은 ‘황당하다’는 반응이다. 정병국 당내 미디어특위 위원장은 그동안 각종 토론회에서 “MBC는 공영도 민영도 아닌 어정쩡한 구조를 갖고 있으며, 한나라당의 기본 철학은 그 기형적인 체제를 바로잡자는 것”이라고 밝혀 왔다. 즉 MBC가 공영 체제를 선택하든 민영 체제를 택하든, MBC의 미래는 기본적으로 MBC 스스로 결정할 문제라는 것이다. 다만 지금처럼 겉으로는 공영방송 체제를 유지하면서 내용적으로는 민영방송과 다름없는 시스템은 곤란하다는 논리다.

이에 대해 MBC는 “현재의 방송문화진흥회는 87년 민주화로 탄생한 체제”라며 “공영과 민영이 혼합되면 안 된다는 한나라당의 논리를 이해할 수 없다”고 주장한다.

이상복·김필규 기자

[J-HOT]

▶ 눈 딱 감고 정리한 반토막 펀드 '믿고 맡길 곳'은

▶ 김운용 "DJ 이어 비서실장 전화 '사퇴를 언론에…'"

▶ "일산-서울 강남 22분만에 지하급행전철로"

▶ 윤문식 "'아저씨 고생 많았어요' 아내가 날 몰라봐"

▶ "깐깐한 포스코 야속했지만 수출 보증수표 돼"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