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 의자’ ‘○○ 건설 발코니’ 예술의전당 오페라 극장에 곧 등장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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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3면

‘김○○ 의자’ ‘○○ 건설 발코니’….

예술의전당 오페라 극장 의자·발코니에 기부자 이름이 붙는다. 예술의전당 신홍순 사장은 22일 기자들과 만나 “오페라 극장의 복구 비용을 민간에서 모금하기 위해 ‘객석 기부제’를 시작하겠다”고 말했다.

첫 대상은 오페라 극장 내 1~4층 2300여 개의 의자다. 1층(900석) 한 자리당 200만원, 2층(500석) 100만원, 3층(500석)·4층(400석) 50만원으로 가격이 잠정 결정됐다. 이 액수를 내면 자신의 이름과 간단한 글귀를 의자 뒤편에 새겨넣을 수 있다.

2~3개 의자만 놓여있는 박스석(발코니)중 1~2층 분은 주로 기업의 이름이 붙을 것으로 보인다. 기업과 예술의전당이 협의 후 정해진 액수를 내면 10여 개의 발코니에 업체 이름을 10년간 붙여주고, 공연시 이 자리에 대해 우선예약권을 주는 식이다. 예술의전당 박성택 기획국장은 “발코니용 기부금은 2000만원 이상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신 사장은 “외국에서는 객석뿐 아니라 조명·무대 등에도 이미 시행되고 있는 제도”라며 “‘이름 붙이기’를 점차 확대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는 한국에서는 첫 시도다. 사실 외국 공연장에는 기부자의 대형극장 이름을 딴 시설이 흔하다. 미시건의 공연장에서는 예술의전당과 같은 방법으로 객석을 채웠다. LA ‘월트 디즈니 홀’의 공연장 메인 무대인 ‘웰스 파고’는 기부금을 낸 웰스 파고 은행의 이름을 땄다. 카펫과 계단·벽까지 후원금을 낸 재력가들이 붙어있다.

예술의전당은 이를 위해 1000여 명의 재계 관계자를 초청, 23일 설명회를 연다. 지난해 화재 후 1년여 만에 임시로 문을 여는 오페라 극장에서 작은 콘서트를 열고, 후원금 모금의 취지를 설명한다. 박 기획국장은 “화재 복구에 들어간 260억원 중 자체 조달해야하는 30억원을 객석 기부제를 통해 마련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새 연주홀에도 ‘후원 필요’=현재 콘서트홀(2300여석)과 리사이틀홀(350석)이 들어가 있는 음악당 내에 600석의 실내악 전용홀이 신설된다. 예술의전당은 이날 “현재 연습실로 쓰이고 있는 곳을 공연장으로 바꿀 것”이라고 발표했다. 기본 설계는 완성된 상태로 2층 이상의 객석으로 구성될 계획이다.

2010년 시작하는 공사의 예상 비용은 60억원. 이 또한 민간의 후원금으로 충당할 전망이다. 박 국장은 “내년 최종 설계도가 나오면 모형을 콘서트홀 로비에 비치하는 등의 방법으로 후원금을 모을 계획”이라고 말했다.  

김호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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