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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분 이용한 불법압력행사 인정 드물어 - 직권남용죄 판례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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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검찰이 한보철강 대출 개입과 관련해 한이헌(韓利憲).이석채(李錫采)전 청와대경제수석에 대해 직권남용죄 성립여부를 검토중이어서 이들의 사법처리 여부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직권남용죄에 관한 최근의 대법원 판례중에선 장세동(張世東)전 청와대경호실장(94년4월12일),이학봉(李鶴捧)전 의원(91년11월12일),강민창(姜玟昌)전 치안본부장(90년8월17일)사건이 대표적이다.그러나 이들중 李전의원만 유죄를

선고받았다.李전의원은 전두환(全斗煥)전 대통령의 민정수석으로 재직하면서 농수산물도매시장 사장에게 시장내 주유소등을 대통령의 친척에게 수의계약으로 넘기도록 압력을 행사한 혐의로 기소됐었다.

대법원은“대통령 친인척 관리를 담당하는 민정비서관의 직분을 이용,공개입찰로 결정된 사항을 수의계약으로 하도록 압력을 넣은 것은 행위 당시 불법성을 충분히 인식했을 수 있고,또 실제로 행위로 옮겼다”며 유죄 이유를 밝혔다.그러나 서

울시장에게 서초구 양재동 일해재단 부지를 공용의 청사부지로 지정,공고하게 한 혐의등으로 기소됐던 張전실장은“압력행사가 대통령 경호실장의 직무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이유로 이 부분 무죄를 선고받았다.하지만 대법원은 폭력행위등 처벌에

관한 법률위반 부분에 대해선 유죄를 인정했다.

또 姜전치안본부장은 박종철(朴鍾哲)군 고문치사사건에 대한 기자회견 당시 부검의에게 메모를 부탁하면서 두번씩 왜곡된 내용으로 고쳐쓰도록 지시한 혐의로 기소됐다.이에 대해 대법원은“姜씨가 부검의에게 메모를 지시한 것은 정식부검소견서가

아닌 만큼 법률적 의무에 기인한 행위를 요구한 것이 아니다”며 직권남용 부분을 인정하지 않았다.대신 직무유기 부분만 유죄로 인정했다.

검찰이 은행장들에 대해 적용을 검토중인 업무상배임죄의 경우 '임무위배의 인식과 자기 또는 제3자의 이익을 위해 본인(은행)에게 재산상 손해를 가한다는 인식'이 있어야 처벌이 가능하다.

대법원은 업무상배임죄 역시 구성요건등을 엄격히 따져 李.張부부사건(83년3월8일)과 율산사건(87년3월10일)으로 기소된 은행장에게 무죄를 선고했다.율산사건으로 기소된 당시 서울신탁은행장 洪모씨에 대해 대법원은“자본구조가 취약하고

상환자금이 부족한 기업에 대해 신규 여신을 했다는 이유만으로 범의를 입증하기 어렵다”고 밝혔었다.

그러나 재야 법조인들은“청와대등 고위직이 부당하게 압력을 행사하거나 은행장들이 외압에 굴복할 경우 국가경제가 흔들릴 위험이 큰 만큼 대법원이 좀더 적극적으로 해석한다면 유죄판결 가능성도 있다”고 말하고 있다.

〈양선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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