윈텔.反윈텔, 컴퓨터 차세대 주도권 쟁탈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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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3면

윈텔진영의 미 마이크로소프트(MS)사와 인텔이 반(反)윈텔 선도업체인 오라클의 네트워크 컴퓨터(NC)에 맞서 초간편 컴퓨터인'넷PC'표준규격을 발표함에 따라 세계 유력 업체들간의 차세대 컴퓨터 경쟁이 본격화되고 있다.

MS와 인텔은 지난 13일부터 7일간 독일 하노버시에서 열린'세빗97'박람회에서 미 휴렛팩커드.델.컴팩사와 함께 인텔 호환 1백33㎒ 마이크로프로세서와 메모리용량이 16~32메가바이트인 넷PC표준을 제정,상용화에 나서기로 했다고

밝혔다.

인텔사 데스크톱사업부문 패트 겔싱저부사장은“세계 유력 1백개 PC메이커들이 넷PC를 지지하고 있다”며“앞으로 3개월안에 관련제품이 쏟아져 나올 것”이라고 말했다.

윈도95와 윈도NT를 운영체제로 채택한 넷PC는 하드디스크드라이브만 장착하고 플로피디스크는 사용하지 않는 대신 통신접속기능을 강화한 1천달러선의 미니 컴퓨터.MS는 지난해 10월 오라클의 NC공세가 거세지자 새로운 개념의 넷PC를

선보이고 그동안 표준규격 제정을 추진해왔다.

반면 PC의 기능을 단순화해 기본메모리와 하드웨어만 갖추고 네트워크에 접속,필요한 소프트웨어를 불러다 쓰는 5백달러대의 통신전용 단말 NC는 이미 상용화돼 오라클은 각국 PC메이커들과 함께 시장공략에 나서고 있다.

미 선마이크로시스템스.IBM.알카텔등 반 윈텔 업체들은 NC관련 제품 개발을 마쳤으며,오라클은 워드프로세서.스프레드시트.비즈니스용 그래픽기능이 들어있는 NC 최종판'햇트릭(Hat Trick)'과 함께 인텔칩 내장 제품도 내놓았다.

오라클의 한 관계자는“제품 개발자와의 협력관계에 따라 인텔로부터 칩을 공급받았을 뿐 윈텔과의 제휴는 아니다”고 일축하고“넷PC는 NC의 모방제품에 불과하다”고 주장했다.

이같은 윈텔.반 윈텔 진영의 자존심을 건 패권경쟁은 상용제품이 맞붙는 6~7월께 윤곽을 드러낼 전망이어서 벌써부터 MMX칩 장착 컴퓨터와 함께 올해 세계 PC업계의 판도를 가늠할 변수가 되고 있다.

하지만 PC전문가들은“통신기능을 강화한 저가의 넷PC와 NC가 멀티미디어PC를 따돌리려면 네트워크 인프라가 중요한데 아직은 여건이 성숙되지 않았다”고 진단하고 있다. 〈양영유 기자〉

<사진설명>

통신기능을 강화한 윈텔의 넷PC와 반윈텔 진영의 NC가 차세대 PC시장을 놓고 치열한 자존심 경쟁을 벌이고 있는 가운데 최근 독일 하노버에서 열린 세빗박람회를 찾은 방문객들이 NC 관련제품을 시연하는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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