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림 도사'들의 알뜰 살림 비법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17면

▶ ‘아줌마 닷컴’주최 ‘아줌마 경제살림 공모전’에서 입상한 유재희.구경아.이유경.박현정씨(왼쪽부터)가 서울 테헤란로에서 함께 만났다. 이들은 "가정경제가 바로 서야 국가 경제도 발전한다"고 입을 모았다. [신동연 기자]

"가정 경제문제를 남편에게만 책임지라고 하기에는 너무 불안한 세상 아닌가요?" '아줌마 닷컴(www.azoomma.com)'주최 '아줌마 경제살림 공모전' 입상자인 이유경(41.경기 남양주시).구경아(40.서울 하계동).박현정(34.경기 화성시).유재희(46.서울 신정동)씨는 "주부도 돈을 모으고 버는 일에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고 한목소리로 말했다. 아줌마 닷컴은 31일 오전 11시 서울 대방동 서울여성플라자에서 이들에 대한 시상식과 경제살림 세미나를 연다. 입상자들의 사례를 통해 가정경제를 키우는 '아줌마의 힘'을 엿보자.

19년차 전업주부인 유재희씨는 알뜰 살림으로 부가가치를 높이는 경우다. 유씨의 사전에 '충동구매'는 없다. 2주일치 식단을 미리 짠 뒤 여기에 맞춰 장을 본다. 유씨 부부와 고등학생인 아들, 이렇게 세 식구의 한끼 식사 예산은 800~1500원. 재래시장에서 꼭 필요한 양만 싸게 구입하면 가능한 액수다.

옷 구입도 계획에 따른다. 계절이 시작되기 전에 미리 제철 옷을 점검하고 필요한 목록을 작성한다. 목록에 없는 옷을 예쁘다거나 싸다고 덜컥 사는 일은 없다.

"영양소 파괴가 걱정돼 마늘.파.버섯 등 야채류를 절대 냉동실에 넣지 않는다"는 유씨는 대신 재료를 사온 뒤 먼저 등급분류를 한다. 신선도에 따라 상.중.하로 나눈 뒤 따로 밀폐용기에 담아 냉장고에 넣고 가장 덜 신선한 '하'부터 먼저 먹는다. 과일을 사도 마찬가지다. 냉장고에 넣기 전에 물기를 제거하는 것이 장기보관의 비결. 씻지 않고 키친타월을 군데군데 끼워넣은 채 용기에 담아놓으면 곰팡이가 생기지 않는다.

냉장고 문을 자주 여닫는 습관은 전력 소모가 많을 뿐 아니라 보관음식의 신선도를 떨어뜨리기 때문에 절대 금물이다. 유씨는 한끼 식사 준비를 하면서 필요한 재료 목록을 미리 작성한 다음 딱 한번만 냉장고 문을 열고 꺼낸다. 식사 후 다시 보관할 때도 문을 두번 여닫지 않는다.

부동산도 구입하기 전에 집중적인 시장조사를 했다. "직접 살 집이지만 투자 가치가 있는 곳에 돈을 쓰겠다"는 계산에서다. 신문을 꼼꼼히 보고 전문가들의 조언을 듣는 것도 필수다.

이런 철저한 '계획경제'덕분에 600만원짜리 전세에서 결혼생활을 시작한 유씨는 오는 7월 서울 목동의 39평짜리 주상복합아파트에 입주할 정도로 살림을 불렸다.

*** 잘할 수 있는 일 찾아 부업

평범한 전업주부로 14년을 살았던 구경아씨는 지난해 1월 한국전통음식연구소에서 떡 과정 강의를 들은 뒤 '요리강사'라는 직업을 얻었다. 198종에 달하는 다양한 떡맛에 매료되면서 구씨는 떡 만드는 재미에 푹 빠졌다.

구씨의 떡 맛을 본 이웃 중 요리법을 알려달라고 조르는 경우가 늘어났고 구씨는 동네 주민들을 모아놓고 요리강습을 시작했다. 구씨의 강의를 들은 이웃들은 금세 '발로 뛰는 전단지'가 됐다. 소문이 퍼지면서 여기저기에서 강습 의뢰가 들어왔다. 아줌마 닷컴에 블로그 '떡이 좋아(http://blog.azoomma.com/color2)'를 개설하고 요리법을 올려놓자 지방에서까지 강의를 들으러 오기도 했다.

구씨는 가정생활에 소홀할까 걱정돼 매주 수요일에만 강의하고 있지만 월 40만원 정도의 수입을 올린다. 구씨는 "중3.초등 5학년인 딸들이 대학생이 되면 작은 요리학원을 열고 싶다"는 꿈도 키우고 있다.

*** 인터넷 활용 사교육비 절감

박현정씨는 인터넷을 통해 알뜰 살림을 실천하고 있다. 여덟살, 여섯살 두 아들에게 아직 한번도 사교육을 시키지 않았다. 한글이나 영어.수학도 인터넷 육아사이트에서 교재를 인쇄해 박씨가 직접 가르치고 있다.

옷을 비롯한 생활용품은 인터넷 중고물건 교환 사이트를 이용해 다른 회원들과 바꿔쓴다. 인터넷 카페 '아이사랑 엄마사랑(http://cafe.daum.net/mamlove)''아나바다 중고세상(http://cafe.daum.net/HJSjunggo)'과 육아사이트 '맘스쿨(www.momschool.co.kr)'은 박씨가 특히 즐겨 찾는 곳이다.

2년 전부터 박씨는 인터넷을 통해 부업을 시작했다. 광주에서 건어물상을 운영하는 시누의 도움을 받아 옥션.삼성몰.인터파크 등 인터넷 쇼핑몰에서 건어물과 한과세트를 팔고 있다. 현재 수입은 월 100만원 정도. 박씨는 "인터넷은 정보의 바다일 뿐 아니라 경제의 길잡이"라고 말한다.

*** 숨은 끼.재능 살려 부수입

2년 전부터 돌잔치 진행자로 활동하고 있는 이유경씨는 이제 월수입이 200만원에 육박한다.

2001년 서른여덟 늦은 나이에 결혼한 이씨는 이듬해 딸 쌍둥이 찬이.송이를 낳으면서 우울증을 경험했다. 결혼 전 건설현장에서 일할 정도로 활달한 성격이었던 이씨가 쌍둥이에게 모유 를 먹이느라 간단한 외출조차 힘들었기 때문이다.

이씨가 다시 사회로 나가게 된 기회는 우연히 찾아왔다. 아이들이 5개월쯤 됐을 무렵 이씨의 후배가 자기 아이 돌잔치의 사회를 부탁한 것. 아이도 데리고 갈 수 있어 수유문제도 해결됐다.

돌잔치 날 수퍼맨 복장으로 사회를 본 이씨는 그날의 스타가 됐다. 그때 참가했던 손님 몇몇이 이씨에게 돌잔치 사회를 부탁했고 그들이 돌잔치 전문 육아사이트에 행사 후기를 올리면서 '찬이.송이 맘 정말 잘해요'라는 글을 띄우자 예약문의가 폭발적으로 늘었다.

"주말을 이용해 매주 3, 4건 정도는 사회를 보고 있다"는 이씨는 "내 끼를 살리고 집안 살림도 살찌우게 되니 진짜 신난다"고 말했다. 우울증이 말끔히 사라진 건 물론이다.

이지영 기자<jylee@joongang.co.kr>
사진=신동연 기자 <sdy11@joongang.co.kr>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