쏟아진 신차에 웃고 … 고유가·감산에 울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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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11면

일러스트=강일구 ilgoo@joongang.co.kr

 올해는 여느 해보다 풍성한 신차가 출시된 한 해였다. 하지만 신차효과는 반짝하고 말았다. 고유가와 경기침체 등 자동차 업계에 시련이 닥쳤기 때문이다. 부침이 심했던 올 한해 국내 자동차 시장을 다섯가지 키워드로 정리해 봤다.

고유가=올 초 L당 1600원대였던 휘발유 판매가격은 5월부터 무섭게 올라 7월엔 1900원을 넘어섰다. 경유값 역시 1400원대에서 1900원대로 껑충 뛰었다. 6월엔 경유가 휘발유보다 비싼 현상도 나타났다. 연초 다양한 신차 출시로 출발이 좋았던 자동차 시장은 고유가로 타격을 입었다. 특히 경유를 쓰는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의 판매가 급감했다. 이 때문에 업체들은 가솔린 SUV를 속속 출시하기도 했다. 이에 비해 올해부터 경차로 편입된 기아 ‘모닝’은 대박이었다. 모닝은 올 5~6월엔 중고차값이 새차보다 비싼 현상이 나타나기도 했다. 새차를 사려면 6개월가량 기다려야 할 정도로 주문이 밀렸었기 때문이다. 8월 이후 유가는 다시 내려갔지만 연비 높은 경차의 인기는 여전하다.

오르내린 차값=국산차와 수입차업체들의 가격조정도 있었다. 철판을 비롯한 원자재 가격이 크게 오르자 국산차 업계는 8월 들어 차값을 인상했다. 현대·기아차와 GM대우는 전 차종 가격을 2%가량 올렸다. 올 초만 해도 가격인하 경쟁을 벌였던 수입차 업체들 역시 원자재 가격 급등과 환율 상승을 이유로 가격을 일부 올렸다. 푸조·혼다·인피니티 등이 잇따라 가격을 인상했다. 하지만 경기침체로 소비가 위축되면서 가격을 내리는 고급 수입차 업체(렉서스·벤츠)도 나타났다. 국산차 업체들 역시 11월부터는 연말 재고 처분을 위한 대폭적인 할인에 들어갔다. 한편 제네시스는 미국 판매가격이 3만 달러대로 책정되면서 ‘역수입’논란이 일기도 했다. 제네시스를 미국에서 역수입해오는 게 국내 판매가보다도 싸다는 논리였다. 하지만 9월 이후 환율이 크게 뛰면서 역수입 움직임은 잠잠해졌다.

디자인=올해 국산차 업체 중 가장 화제를 모은 브랜드는 기아차였다. 새로운 패밀리룩을 적용한 신차(로체이노베이션·포르테·쏘울)를 잇따라 선보이며 ‘디자인 경영’을 본격화했다. 디자인 담당 부사장의 이름을 딴 ‘슈라이어 라인’의 그릴 모양은 기아차 변신의 상징으로 떠올랐다. 기아차는 모닝의 선전과 새로운 디자인의 신차 출시로 5개 국내 완성차 업체 중 유일하게 판매대수가 전년보다 늘었다. GM대우 역시 디자인에 승부를 걸었다. 지난달 출시한 ‘라세티 프리미어’는 스포티한 외관 디자인과 고급스러운 내부 디자인을 강조한다. GM대우와 기아차는 새로운 디자인 DNA를 내년 이후 출시할 후속 모델에서도 이어갈 계획이다.

수입차 6%=국내 수입차 시장은 올해 환호와 탄식이 교차했다. 상반기 수입차 시장은 경쟁력 있는 신차 출시와 수입차 대중화 현상으로 판매 증가세가 이어졌다. 지난해 5%를 돌파했던 시장점유율도 6%대로 높아졌다. 9월 한 달은 수입차 점유율이 8%에 육박하기도 했다. 특히 혼다는 중형세단 어코드 인기에 힘입어 10월엔 수입차 업체 중 처음으로 연간 판매 1만 대를 돌파하기도 했다. 하지만 미국발 금융위기는 수입차 판매에 직격탄을 날렸다. 금융사들이 할부와 리스조건을 까다롭게 바꾸면서 수입차 판매가 급감한 것. 11월 수입차 판매대수는 2948대에 그쳐 2년9개월 만에 최저치로 떨어졌다. 내년 수입차 시장은 1998년 이후 처음으로 전년보다 판매가 줄 것으로 예상된다.

감산=경기침체로 선진국은 물론 신흥시장의 자동차 판매까지 줄어들면서 재고가 늘어난 국내 자동차 업체들은 이달 들어 일제히 감산에 들어갔다. GM대우와 쌍용차, 르노삼성은 연말까지 1~4주 동안 전 공장 가동을 중단한다. 현대·기아차는 일부 공장의 조업시간을 2~4시간씩 줄였다. 이에 따라 협력업체들도 공장 가동을 멈추고 있다. 자동차공업협회는 내년 자동차 생산량이 올해보다도 6.5% 줄어들 것으로 예상했다.

한애란 기자 , 일러스트=강일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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