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숫자와현실>총저축률은 개인 저축과는 다른 통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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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7면

'총저축률 34.6%.'

월급.보너스도 모자라 빚지고 사는 사람이 수두룩한데 무슨 뚱딴지같은 소리냐고 되물을 수도 있겠다.

결론부터 말하면 한국은행 통계에서의'저축'은 은행에 여윳돈을 넣어둔다는 뜻의'저축'과는 좀 다르다.

저축률 통계는 여러 가지다.가장 포괄적인 것이 총저축률이다.총저축은 국민경제 전체적으로 생산에서 소비를 뺀 나머지인'잉여'를 뜻한다.구체적으로는 국민소득 전체에서 소비를 빼고 여기에 감가상각을 더한 것이다.이것이 국민소득에서 차지

하는 비중을 계산한 것이 총저축률이다.

따라서 총저축률은 개인이 얼마나 저축하는가를 보여주지는 못한다.총저축률이 30%대라고 해서 국민 개개인이 평균적으로 1백만원 벌어 30만원 정도를 저축했다고 생각하면 오산이다.크게 보면 국민 개개인의 소득과 소비가 결국은 총저축률

의 증감에 반영된다.95년부터 경기가 하락하고 있는데도 소비가 별로 줄어들지 않아 지난해 총저축률은 87년 이후 가장 낮은 수준으로 떨어졌다. <그림 참조>

총저축률은 다시 정부저축률과 민간저축률로 나뉜다.정부저축은 정부가 쓰고 남은 돈으로 세금.벌과금등의 정부수입에서 예산집행등 정부지출을 뺀 것이다.정부저축률은 간접세의 세수가 늘어나는데 힘입어 95년부터 10%대로 올라섰다.

민간저축률은 쉽게 말해 총저축률에서 정부저축률을 뺀 것이다.한은은 통계작성의 편의상 숫자를 쉽게 구할 수 있는 정부저축률을 먼저 계산한 뒤 총저축률에서 이를 빼 민간저축률을 계산하고 있다.민간저축률은 지난 92년부터 매년 낮아져

96년에는 23.7%까지 떨어졌다.특히 지난해에는 민간저축 총액의 증가율이 2.4%로 급락했다.

개인의 저축상황을 알아보기 위해서는 개인순저축률을 봐야 한다.소비하고 남은 돈(순저축)이 개인의 소득(가처분소득)에서 차지하는 비율이다.지난 95년 17.9%로 91년 21.9%에서 매년 낮아지고 있다.경기하락에도 소비는 고급화.

고가화돼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개인의 순저축은 순수하게 은행등 금융기관에 넣어두는 예금만 따지는 것이 아니다.땅이나 집을 사는 실물투자도 포함돼있다.기업의 투자자금으로 흡수되는 좁은 의미의 저축자금을 보여주는 통계로는 개인의 자금잉여가 있다.순저축에서

부동산투자를 뺀 개인의 여윳돈이라고 보면 된다.

개인의 여윳돈은 금융기관저축등으로 흡수돼 다시 기업의 부족자금을 메워주는 역할을 한다.

개인의 여윳돈이 국민소득 전체에서 차지하는 비율은 지난해 8.3%로 95년(11.3%)에 비해 크게 낮아졌고 85년(6.6%)이후 최저치였다.

반면 기업의 투자활동에 필요한 자금중 자기돈으로 메우지 못하는 부족분은 지난해 3분기까지 이미 55조7천억원을 넘어서 95년 한해의 부족자금인 56조6천억원에 육박했다.기업들이 경기하락에 대응하지 못하고 방만한 투자를 한 것이 큰

원인이다.또 안 팔려 창고에 쌓아둘 물건(재고)을 만드느라 공장을 돌려댄 것도 불필요하게 부족자금 규모를 키웠다.

이 돈은 개인들의 여윳돈,즉 저축이 메워줘야 하는데 개인도 씀씀이가 헤퍼져 잘 안되고 있다.

개인이 기업의 부족자금을 커버해주는 비율(보전비율)은 지난해 1~3분기 40.3%로 81년 이후 가장 낮았다.언제 얘기냐 싶지만 개인들의 여윳돈이 풍성해 기업부족자금 보전율이 3년연속 1백%를 훨씬 웃돌던 때도 있었다.지난 86~

88년 3저 호황 때였다.그만큼 기업들의 자금사정은 과거에 비해 훨씬 빡빡해진 셈이다.

국내에서 저축이 투자를 메우지 못하는 부족분은 외자도입을 통해 조달하게 된다.이 때문에 저축이 늘지 않으면 외채상환부담이 늘어나고 국제수지가 악화된다.결국 요즘 나오는 우리 경제의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개개인이 허리띠를 졸라매 저축을 늘리는 수밖에 없다는 얘기다. <남윤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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