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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양의 폭 한뼘 더 넓혀준 ‘2008 올해의 책’ 뽑았습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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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0면

책은 깃발과 같다. 우리가 지금 어디까지 와 있는지를 정직하게 보여주고 갈 방향까지 가늠케한다. 2008년 한 해 동안 우리와 함께 한 책은 어땠을까. 중앙일보는 한 해를 정리하며 ‘2008 올해의 책’을 선정했다. 그동안 본지 ‘행복한 책읽기 북 Review’에 소개한 책을 중심으로 후보 도서 25권을 추렸다. 국내 30개 출판사 대표·주간 등 출판인이 e-메일 투표 형식으로 참여했다. 선정에는 주제의 참신함, 완성도, 독자들의 교양, 사회·문화 분야에 미칠 영향 등을 고려했다. 출판·문학팀

선정에 참여하신 분들

강훈(살림), 김기중(랜덤하우스), 김도언(생각의나무), 김성수(21세기북스), 김요안(문학세계), 김은하(비룡소), 김정민(김영사), 김준혁(황금가지), 김태희(사계절), 김형보(웅진지식하우스), 김흥식(서해문집), 박재환(에코리브르), 배문성(푸른숲), 서상미(한길사), 선완규(휴머니스트), 염종선(창비), 윤재인(들녘), 이갑수(궁리), 이선나(더난출판), 이소영(열린책들), 이영희(미래M&B), 장미옥(국민서관), 장은수(민음사), 정숙영(푸른책들), 정은숙(마음산책), 조영남(바다출판사), 조영희(에코의서재), 주연선(은행나무), 표정훈(출판평론가), 한성봉(동아시아) <가나다순>

The Left 1848~2000
제프 일리 지음, 유강은 옮김
뿌리와이파리, 1028쪽, 5만원

언뜻 현재 한국 사회와 거리가 멀어보이는 책이다. ‘신보수’를 를 내세운 이명박 정권이 집권한 시점에 출간됐다. 1990년대 이후 외국 좌파운동에 대한 관심은 수그러진 상태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책을 추천한 출판인들이 많았다. 김도언 생각의나무 편집장은 “유럽 좌파의 역사를 찬찬히 돌아본 이 책이 한국의 좌파 진영에 성찰할 기회를 줄 수 있었으면 좋겠다”고 기대를 표했다. 책은 마르크스·엥겔스의 시대인 19세기 중반부터 토니 블레어가 ‘제3의 길’ 등을 들고 나온 20세기 말까지 150년에 걸친 유럽 좌파의 역사를 정리했다. 미국 미시건대 석좌교수인 저자가 좌파의 흥망성쇠, 특히 공(功)과 과(過)를 냉철하게 짚었다는 평가다. 저자는 “이 책은 묘비명도, 지난 과거를 그리워하기 위해 쓴 것도 아니다”며 “민주주의가 존재하는 한 어떤 형태로든 좌파는 유효하다”고 말했다.

대항해시대
주경철 지음, 서울대출판부
608쪽, 2만3000원

필자 이름만으로도 고정 독자가 있다고 알려진 주경철 교수(서울대·서양사)가 썼다. 대륙사 중심의 시각과 서양 중심의 세계사를 넘어 한국 학자가 새롭게 서술한 역사서로, 한국 인문학의 가능성을 보여줬다는 점에서 찬사를 받았다. 주 교수는 이 책을 통해 해상 세계의 발전이라는 시각에서 근대 세계사에 대한 재해석을 시도했다.

‘지리상의 대발견’(The Great Discovery)라는 용어 뒤에 숨겨진 유럽 중심주의에 대해서도 비판을 가했다. 15~18세기만 해도 유럽은 절대적 지배권을 행사하지 못했다는 것이다. 웅진지식하우스 김형보 주간은 “대학출판부에서 펴낸 학술서라는 점이 핸디캡이 될 수 있었다”며 “그러나 잘 만들어진 책이라면 출판사를 가리지 않고 주목받고 영향을 끼칠 수 있다는 것을 이 책이 보여줬다”고 말했다.

서울은 깊다
전우용 지음, 돌베개
392쪽, 1만8000원

올해 ‘서울’을 주제로 한 책들이 여럿 나왔다. 그중에서도 가장 흥미롭고 인문학적 통찰까지 곁들인 ‘수작’(秀作)으로 꼽힌다. 이 책이 출간된 뒤 ‘서울’을 주제로 다른 책을 기획하던 출판사 사람들은 “아무래도 당분간 이 책을 뛰어넘기는 어려울 것 같다”며 입맛을 다셨을 정도다. 전문 지식으로 내공을 갖춘 저자가 글맛을 살린 문장으로 서울의 역사와 문화 이야기를 풀어냈다는 점에서 높은 평가를 받았다.

저자인 전우용씨는 한국 근현대사를 전공하고 서울학연구소에서 서울사 연구를 10년 이상 해왔다.

서울의 과거와 현재 구석구석을 탐색하되 렌즈의 초점은 철저하게 ‘일상성’에 맞췄다.

‘도깨비시장, 돗떼기시장’‘어섭쇼’ ‘종로 전차’ ‘덕수궁 돌담길’ ‘시계탑’ 등 28개의 장에서 ‘익숙하고도 낯선’ 우리의 과거를 생생하게 복원해냈다. 꼼꼼하게 설명을 곁들인 풍부한 사진자료는 재미와 완성도를 높인 또 다른 요소다.

엄마를 부탁해
신경숙 지음, 창비
300쪽, 1만원

11월 출간된 후 한 달여 만에 15만 명을 울렸다. 눈물을 강요하는 신파조가 아니다. 그럼에도 눈물이 난다. 신경숙의 힘이다. 호명만으로도 눈물짓게 하는 ‘엄마’의 힘이기도 하다.

잃어버린 엄마를 찾아나서는 가족의 이야기다. 백방으로 뛰어봐도 엄마를 찾는 일은 지지부진하다. 대신 기억 속 엄마의 모습만 가슴 저리게 되살아난다. 자식들 굶기는 게 가장 두려워 논일 밭일 부엌일에 장사까지 해내고, 악착같이 공부 시켰던 엄마다. 그러나 장성한 자식들은 바쁘다는 핑계로 거리를 뒀다. 잃어버리고서야 깨닫는다. 엄마에게도 엄마가 필요했으리란 것을….

작가는 “이 소설을 읽고 엄마에게 전화 한번 걸어야겠다는 생각이 든다면 족하다”고 했다. 그걸 뛰어 넘는다.『풍금이 있던 자리』나 『외딴방』 등 신경숙 초기작의 폭발력이 되살아났다. 민음사 장은수 대표는 “가족 위기 시대의 가족의 끈끈함을 환기시켜 위로와 위안을 주는 작품”이라며 추천 사유를 밝혔다.

악령이 출몰하던 조선의 바다
박천홍 지음, 현실문화
807쪽, 3만2000원

‘악령’이라니! 제목 만으로는 공포소설로 오해받기 십상이다. 하지만 이 책은 19세기 조선의 바다 이야기를 담은 역사서다. 여기서 ‘악령’이란 바다 저 멀리서 홀연히 나타난 이양선을 가리킨다. 이 책은 ‘이상하게 생긴 배’를 타고 나타난 이방인을 맞으며 최초로 거대한 외부와 접촉한 조선의 자화상을 탐사한다. 저자는 서구 열강과 일본에 의해 맞게 된 근대보다는 이 시기 서민의 역동적인 삶에 내재한 변화와 ‘소통’의 가능성에 주목했다.

어떻게 조선이 이방인과 접촉을 시도했으며, 집권층이 어떻게 격식 따지는 공문서에 매달리며 이방인을 추상화하고 쇄국정책에만 골몰했는지를 생생한 이야기로 풀어나간다.

출판평론가 표정훈씨는 “이 책은 광범위한 자료를 비교하고, 현장성과 생동감 있게 근대의 풍경을 재구성했다”며 “ 우리가 ‘남’(타자)을 보는 시선과 소통과 이해의 가능성을 돌아보자는 메시지가 매우 시의성 있다”고 말했다.

뇌, 생각의 출현
박문호 지음, 휴머니스트
502쪽, 2만5000원

생각은 어디에서 어떻게 만들어지는가. 뇌와 관련된 다양한 논의를 집대성한 책이다. 에덜만·이나스·다마지오 등 신경철학자들의 사유와 포스트모던 철학의 사유, 그리고 생물학·입자물리학·양자역학·상대성이론 등의 과학 사유 등을 총망라해 그 내용과 의미를 ‘뇌 과학’의 시각으로 풀어냈다.

출발은 우주다. 생각의 출현을 우주 현상으로 보았기 때문이다. 우주의 관점에서 본 시공의 문제를 건드리고, 우주를 구성하고 있는 물질 세계를 먼저 거론했다. 스케일이 그만큼 큰 책이다.

쉽지 않은 시도였다. 딱딱한 과학전문 용어를 피해갈 수 없는 분야가 아닌가. 이를 대중적인 글쓰기로 전하려는 저자인 박문호 박사(한국 전자통신연구원의 책임 연구원)의 노력이 가상하다.

궁리 김현숙 주간은 이 책에 대해 “번역책 일색이었던 뇌과학 분야에 국내 필자의 책이 나왔다는 것만으로도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제국의 미래
에이미 추아 지음, 이순희 옮김
비아북, 560쪽, 2만5000원

중국계 미국인인 에이미 추아 예일대 법대 교수가 “내 가족이 번영하고 우리 방식대로 변화하면서 미국인이 될 수 있게 해준 미국의 관용에 바친다”면서 내놓은 책이다.

책의 화두는 ‘초강대국’이다. 페르시아에서 로마·몽골·대영제국 등을 거쳐 미국까지, 일류 역사상 절대 권력을 누렸던 초강대국들의 흥망성쇠를 하나하나 짚었다. 그리고 그들이 패권을 장악할 수 있었던 핵심적인 요소로 ‘관용’을 뽑아냈다. 그가 말하는 관용은 이질적인 사람들이 그 사회에서 생활하고 번영할 수 있도록 허용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는 “초강대국들이 토착 문화 보호주의나 호전적인 배외(排外)외주의 등 ‘불관용’정책을 채택하면서 붕괴의 길을 걷게 됐다”면서 그의 ‘조국’ 미국의 미래를 걱정했다. 하지만 그 우려가 어디 미국만의 고민일 것인가.

이 책을 추천한 에코리브르 박재환 대표는 “초강대국의 조건을 역사적 관점에서 객관적으로 분석해 설득력이 있다”고 평했다.

입이 똥꼬에게
박경효 지음, 비룡소
36쪽, 9000원

책의 메시지는 평이하다. 세상에 하찮은 존재는 없다는 것이다.

‘잘난’ 입은 똥꼬가 싫다. 노래도 부르고, 뽀뽀도 할 수 있는 입. 생일 케이크의 촛불도 입이 끄지 않는가. 그런데 똥꼬는…. “야, 똥꼬! 넌 냄새 나는 똥이나 싸고, 생긴 것도 못생긴 게 하는 짓도 정말 더럽구나!” 그러다 진짜 똥꼬가 없어졌다. 몸 밖으로 나갈 수 없어진 똥. 결국은 입까지 차오를 수밖에. 갈 곳 잃은 똥들이 꿀꿀이죽처럼 입으로 튀어나오고야 만다.

이런 뻔한 얘기를 색다르게 포장한 솜씨가 돋보인다. 책을 추천한 장미옥 국민서관 편집팀장은 “호기심을 불러일으키는 참신한 그림이 이 책의 매력”라고 말했다. 힘찬 붓선에 원색을 써서 아이들의 눈길을 잡아끌고 있다. 신체 각 부위의 특징을 과장하거나 단순화시켜 상징적으로 표현한 방식도 색다르다.

과학지식을 전하는 정보책으로서 이 책의 가치도 평가할 만하다. 인체의 구조와 각 기관의 역할을 쉽고 재미있게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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