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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화점.할인점 지방진출 실태 점검 - 대형 유통업체 돌풍에 지역상권 휘청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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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9면

대형 백화점과 할인점이 전국의 중소도시에까지 급속히 확산되며 지방상권에 지각변동이 일고 있다.슈퍼마켓.재래시장등 지역상권이 크게 위축되고 있는 가운데 시장개방 이후 지방상권 장악에 나선 외국업체와 국내 대형업체의 사활을 건 시장쟁탈전도 뜨겁다.95년부터 부쩍 늘기 시작한 할인매장등 대형 유통업체는 지금까지 수도권을 제외한 지방 30여곳에 진출해 있으며 올 연말까지는 30여곳이 더 늘어날 전망이다.소비자들의 소비행태도 눈에 띄게 달라졌다.싸고 질좋은 물건을

살 수 있어 좋지만 다량.충동구매에 따른 과소비등 후유증도 적지 않다.대형 유통업체의 지방진출에 따른 실태를 점검한다. [편집자]

◇실태=심재호(沈載鎬.36.전남여수시중앙동)씨는 한달에 한번꼴로 가족과 나들이겸 광주 신세계백화점을 찾는다.승용차로 1시간20분 가량 걸리지만 백화점에서 점심과 생필품 구입을 함께 하는 즐거움에 원정쇼핑을 마다하지 않는다.

주말마다 이 백화점에 들어서는 차량들은 하루 6천여대로 이중 약 1천대는 장성.나주등 광주 인근 시.도에서 몰려든 차들이다.

부산의 경우 지난해부터 고객들이 제대로'대접'받기 시작했다.롯데.현대등 대형 백화점과 할인매장이 속속 출현하자 터줏대감격인 이 지역 백화점들이 뒤늦게 고객모시기 경쟁에 나섰기 때문이다.

이들 백화점은 고객이 원하면 부산시내 어느 곳이든 상품배달을 해주고 교환.환불등의 서비스를 통해 차별화 경쟁을 벌이고 있다.

부산시내에는 95년 8월 메가마켓(농심가)을 시작으로 L마트(롯데백화점)등 대형 할인매장 6곳이 성업중이다.또 올해부터 99년까지 대기업이 참여하는 대형 할인점 10여곳이 더 생기고 시장개방화로 네덜란드계 할인점 마크로등 외국 유

통업체들까지 가세할 전망이다.

대전의 경우 대형 유통업체 진출이 더욱 활발하다.지난해 11월 정부제3청사(98년초 입주예정)맞은편인 서구탄방동에 문을 연 창고형 할인매장 까르푸(프랑스계)에는 고객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고 있다.토.일요일이면 전체매장 7층중 주차

장으로 쓰이는 4개층(1만여평)이 소비자들이 몰고온 차량으로 발디딜 틈이 없을 정도다.

대형 유통업체의 지방진출은 비단 대도시에 국한된 것은 아니다.울산.춘천.제주.진주.전주등의 도시에도 이같은 대형 백화점.할인점바람이 거세다.

울산시의 가격파괴 할인점 아람유통은 야간근무 직장인과 맞벌이부부등을 겨냥,밤12시까지 문을 열고 춘천시의 미도파춘천점은 시설과 서비스에 신경을 써 중산층은 물론 저소득층까지 고객으로 끌어들이고 있다.

◇상권 변화=대형 백화점.할인점의 등장으로 지역상권은 크게 위축된 상태다.대전은 까르푸등 대형업체가 들어선 이후 지난해말 현재 50여개의 슈퍼마켓이 문을 닫았고 운영중인 곳의 수익도 예년의 30%에 불과하다.

이에따라 대전지역 수퍼마켓협동조합은 공장에서 공동구매 방식으로 물건을 사들이는등 대응전략 마련에 비지땀을 쏟고 있다.

광주시내 상권(商圈)의 변화는 두드러진다.이 지역은 95년초만 해도 가든.화니백화점등 광주 충장로를 중심으로 한 단일상권이었다.그러나 이 해에 송원.신세계백화점이 문을 연데 이어 아파트단지 곳곳에 빅마트.해태수퍼마트.화니파워마트등

이 생기면서 다핵 상권으로 바뀌었다.

또 대형업체들의 저가(低價)공략으로 재래시장이 어려움을 겪고 시내 슈퍼마켓 3천여개중 3백여개(10%)가 최근 2년간 문을 닫았다.유통업계 관계자는“기존 영세업체들이 살아남으려면 판매물품의 전문화와 택배(宅配)등 판매방식의 차별화

등 대책마련이 필요하다”고진단했다.

◇문제점=소비행태가 크게 바뀌며 충동구매등 과소비가 늘고 있다.주부 이미숙(30.대구시달서구상인동)씨는“창고형 할인점들이 싸기는 하지만 박스단위로 판매하기 때문에 불필요한 구매가 많고 산 물건도 마구 쓰는 것같다”고 지적했다.

또 일부 할인점의 경우 일반 소매점보다 농축산물을 비싸게 팔거나 물건을 속여 팔기도 한다.대전 까르푸에서는 과일.고기.채소류등이 소매점보다 오히려 비싸고 가짜 활어회를 팔다 적발돼 경찰이 수사중이다.

싸다는 이유로 물건을 마구 사들이는 충동구매와 승용차를 갖고 물건구입에 나서는 바람에 할인점 주변의 교통체증을 빚는 부정적인 면도 있다. [지방종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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