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를푸르게>실내조경 - 공기정화.전자파 차단에 효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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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7면

일상생활의 70~80%를 실내에서 보내는 도시인들에게 실내환경은 외부 자연환경보다 더 중요하다고 볼 수 있다.최근 실내환경을 쾌적하게 꾸미는 동시에 자연의 멋도 즐길 수 있는 녹색공간,즉 실내조경에 대한 관심이 늘고 있다.실내조경의 이점과 사례등을 살펴본다. [편집자]

서울 광화문앞 교보빌딩.후문을 통해 건물 1층 로비에 들어서면 커다란

유리 온실 속에 들어온 것 같은 착각을 느낀다.

이제 막 봄이 시작되려는 이 즈음에도 6층 높이까지 곧게 뻗어 푸름을

자랑하는 대나무와 빨갛게 핀 동백꽃,무성한 담쟁이 덩굴은 남해안

섬에서나 볼 수 있는 풍경을 연출한다.

빌딩 동편으로 약간 돌출된 형태인 이'온실'은 유리를 통해 자연

채광(採光)이 이루어질 뿐만 아니라 남쪽 창을 열 수 있도록 돼 있어

여름철에는 자연풍(風)이 불어 들어온다.

물.비료주기,가지치기.병충해 방제등 이곳 빌딩 정원 관리를 맡고 있는

직원은 모두 5명.

김인기(金仁基.42)씨는“이 곳을 찾는 분들은'이렇게 좋은 곳이

있었나'하며 즐거워하고 조경학을 전공하는 전문가들과 학생들은 사진을

찍기도 한다”고 자랑한다.

◇이점=실내조경은 무엇보다 공원을 새로 만들기 힘든 도심의 빌딩

안에서도 자연을 즐길 수 있는 이점이 있다.

실내조경이 잘 돼 있는 빌딩.건물은 업무의 효율성을 높일 수도 있고

외부인들에게도 좋은 인상을 준다.

게다가 오염된 실내공기를 정화하고 습도를 조절해 줄 뿐만 아니라

요즘 문제가 되고 있는 전자파를 차단한다는 실질적인 효과도 있다.

바깥 활동이 어려운 장애인의 경우 식물을 가꾸는 여가활동 장소로

이용할 수도 있고 정신질환자에게는 원예 치료요법의 수단으로도

활용된다.

◇사례=국내에서 60~70년대 간단한 수경재배나 테라리움(유리병 속에

재배하는 작은 식물)등으로 시작된 실내조경은 80년대에는

화분.꽃꽂이등으로 변화했다.90년대 들면서 공공건물이나 아파트

발코니를 대상으로 한 실내조경에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교보빌딩 뿐만 아니라 서울 서초동 법원건물,하얏트 제주호텔등의

실내조경도 뛰어난 사례로 꼽힌다. <사진 참조>

최근 C.W사등 국내 일부 아파트 시공업체들은 상품가치를 높인다며

발코니를 이용한 소규모 실내조경을 도입하고 있어 그 결과가 주목된다.

◇관리방법=외부 조경에 비해 실내조경은 관리에 세심한 노력이

필요하다.가장 신경써야 할 부분은 습도조절.

실내조경업체 그린토피아 원주희(元朱喜.38)소장은“화분을

포함,실내에서 자라는 식물이 시드는 가장 큰 원인은 습도조절이 잘

안되기 때문”이라고 지적한다.

화분의 경우도 물을 1주일에 한번 정도 흠뻑 주더라도 스프레이로 매일

잎을 씻어 주는 것이 필요하다는 충고다.

교보빌딩의 경우도 여름철에는 대나무 관리를 위해 계속 물을

뿌려주는등 세심하게 관리하고 있다.

채광문제는 최근 발달된 기술로 큰 어려움은 없다.선진국에서는

자연채광 뿐만 아니라 태양광 집광장치를 이용해 지하철 역사에

실내조경을 하는 경우도 있다.

元소장은“비료도 과거에는 악취가 발생했으나 최근에는 냄새도 없고

보기에 좋은 알비료등을 쉽게 구해 쓸 수 있다”고 설명한다.

◇문제점=대형건물에 실내조경을 도입할 경우 건물의 설계 당시부터

철저한 배려가 필요하다.채광 뿐 아니라 물을 공급할 수 있는

배관시설까지도 설치해야 하기 때문.

일반적인 건물의 층간 높이보다 더 높고 넓은 공간을 필요로 하는

경우가 많다는 점도 제한적인 요인이다.

그러나 실내조경은 인공적으로 만든 환경이기 때문에 한계가 있고 도시

전체의 푸름과는 무관하다는 지적도 있다.

◇전망=관리가 까다롭고 비용이 많이 들기는 하지만 실내조경이 녹색의

싱그러움을 도시인들에게 주는 것 만큼은 틀림없기 때문에 앞으로도

점차 늘어날 전망이다.

현재 공사가 한창인 인천 국제공항이나 대전 정부3청사등에도 대규모

실내조경이 들어설 예정이다.실내조경 설계를 주로 하는 ㈜서안의

성종상(39)부소장은 “인천 신공항의 경우 실내조경에만 1백억원 정도의

예산이 투입돼 세계에서 가장

아름다운 공항으로 태어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강찬수환경전문기자>

<사진설명>

최근 도심에서도 자연을 느낄 수 있는 실내조경에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사진은 자연채광을 이용한 서울서초동 법원건물의 실내 조경과 발코니를 이용해 소규모 정원처럼 규모있게 꾸며놓은 한 아파트의 실내 조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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