먹구름 낀 미국 담배산업 - 제조업체 흡연해독 첫 自認 타격 클듯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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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0면

“KO펀치인가 잽인가”. 미국의 담배회사인 리게트사가 담배의 해독성을 스스로 자인한 일이 앞으로 담배산업의 앞날에 어느 정도 영향을 미칠지를 두고 미국에서 논란이 한창이다.

강력한 흡연규제를 주장해온 시민단체와 의학계등은 이번 일로 담배회사들이 상당한 타격을 받을 것으로 보고 있다.

담배회사들은 이제까지 담배가 암이나 심장질환등을 유발한다거나 중독성이 있다는 사실을 인정하려 들지 않았던 상태.

그러나 리게트사가 이를 시인하고 이를 뒷받침할 내부문서까지 제출키로 함에 따라 앞으로 각종 흡연관련 소송에서 패소할 가능성이 높아졌다는 이야기다.

리게트사의'변절'로 지금까지 법정소송 대응과 대외로비등을 통해 보여줬던 담배회사들의 단합이 깨지게 됐다는 지적도 나온다.

당장 호주 정부가 이같은 가능성을 감지하고 자국시장을 장악중인 미 담배업자들을 상대로 손해배상을 청구할 움직임이다.

호주의 경우 퀸즐랜드주의 경우만 해도 흡연관련 질병퇴치로 쓰는 돈은 연간 6천2백여만달러다.

현재 미국내에서 담배회사를 상대로 제기돼 계류중인 흡연관련 소송은 2백여건.여기서 줄줄이 패소하게 될 경우 담배회사들은 엄청난 규모의 금전적 피해를 보게 될지 모른다.

이같은 우려 때문인지 담배회사들의 주가는 이미 업계 1위인 필립모리스가 6% 하락한 것을 비롯,모두 크게 떨어졌다.

그러나 담배업계와 애연가들 중에서는 이번 사태 역시 예전과 마찬가지로 큰 충격없이 넘어갈 것이라는 낙관론도 적지않다.

시장 점유율이 2%에 불과한 리게트사가 '라크'등 자사제품의 담뱃갑에 '담배가 중독성이 있다'는 말을 써넣는 것이 얼마나 효과를 보겠느냐고 회의론을 펴는 것이다.

이들은 담뱃갑에 첫 경고문을 넣은 66년과 경고문 내용이 한결 강해졌던 70년에 오히려 담배 판매량이 늘어났다는 사실을 예로 들기도 한다. [뉴욕=김동균 특파원]

<사진설명>

리게트사의 48년도 라이프지 담배광고.당시 배우였던 로널드 레이건 전 미국 대통령이 모델로 등장했다. [듀럼 AP=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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