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기기증운동에 적극적인 전남대병원 의사들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9면

전남대병원 전공의 조상희(曺尙希.25)씨는 21일 병동 3층 전공의협의회(회장 金基榮)사무실을 찾았다.내과 1년차인 그는 사후 각막 기증을 서약했다.오전6시쯤부터 다음날 오전2시까지 환자들과 함께 하면서 늘 새롭게 느끼는 것은 생

명의 존귀함이다.

“꺼져가는 생명을 붙들고 고통속에서 하루를 마감하는 이들에게 새삶을 열어주기 위해 젊은 의사들이 앞장서기로 했어요.”

曺씨는“만성신부전증으로 투병하는 환자들을 볼 때마다 이들의 고통을 덜어주지 못해 안타까웠다”며“장기기증이 곧 삶의 희망인 환자들에게 조그마한 보탬이 되자는 생각에 나서게 된 것”이라고 말했다.

이 병원 응급의학과 허탁(許鐸.33.레지던트4년차)씨는“젊은 사람들이 나서 사후라도 신체를 훼손해선 안된다는 전통 고정관념을 깨뜨려 보자는 생각이 서로 통했다”고 말했다.

전남대병원 전공의협의회가 10일부터 벌인 장기기증운동에 이날까지 모두 2백39명(레지던트 1백83명.인턴 56명)이 참가했다.10여일만에 전공의 4백47명가운데 절반이 넘는 이들이 동참할 정도로 호응을 받고 있다.

86명의 전공의들이 장기기증 의사를 밝혔고 나머지는 정기적으로 성금을 기탁키로 했다.장기기증은 물론 사후 시신까지 기증한 여성 전공의만도 3명이다.

이처럼 이 병원 전공의협의회가 장기기증운동에 나서게 된 것은 장기기증자들이 태부족한 현실에서 비롯됐다.전남대병원의 경우 현재 5백여명의 만성신부전증 환자들이 치료를 받고있다.

金회장은“장기기증의 절차와 방법을 몰라 미루고 있던 젊은 의사들이 함께 제의해 운동을 시작했다”며“장기기증에 대한 일반의 인식이 나아지는 계기가 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광주=천창환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