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UP & DOWN] 가속페달 밟는 ‘과속스캔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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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1면

개봉 3주차에 접어든 ‘과속스캔들’이 흥행 페달을 세게 밟고 있다. 이번 주 예매순위에서 다크호스 ‘벼랑 위의 포뇨’를 거뜬히 제쳤다. 깔끔한 매음새의 유쾌한 가족 코미디라는 점이 흥행 요인이다.

‘과속스캔들’을 제외하고 나면 외화가 강세다. 짐 캐리를 내세운 ‘예스맨’, 쥘 베른 원작의 가족용 어드벤처물 ‘잃어버린 세계를 찾아서’ 등 오락영화들이 포진하고 있다. 이번주 개봉 신작이자 연말용 데이트 무비 ‘달콤한 거짓말’은 매끄러운 완성도에도 불구하고 예매 5위권 안에 들지 못했다.

■이주의 추천작


벼랑위의 포뇨 ★★★☆
감독 : 미야자키 하야오
주연(목소리) : 나라 유리아

미야자키 감독의 4년만의 신작. 올 베니스영화제에 초청됐으나 수상에는 실패했다. 당시 이를 안타까워한 일본 기자의 질문에 단트 페레티 심사위원장이 “우리가 얼마나 포뇨를 좋아하는지 보여주겠다”며 포뇨의 주제가를 따라 불렀다는 일화가 유명하다. 이 일화처럼 ‘포뇨’는 감독 최고의 걸작은 아니지만, 거장의 따뜻한 동심이 느껴지는 사랑스러운 영화다. ‘포뇨’는 미야자키 버전의 ‘인어공주’다. 인간 문명을 혐오해 바다에서 살아가는 아버지와 물거품 여신 어머니 밑에서 태어난 물고기 소녀 포뇨. 우연히 다섯 살 소년 소스케를 만나고, 사람이 되고 싶어한다.

‘포뇨’는 자연에 대한 경외, 동심, 환경오염에 대한 경고 등 감독의 영화적 주제의 연장선 위에 있다. ‘토토로’ 시절로 돌아가 무려 17만 장의 그림으로 애니메이션을 만들어 냈다. 손맛이 느껴지는 애니메이션은 포뇨의 날렵한 몸놀림, 엄청난 파도 등을 역동적으로 표현해낸다.

포뇨란 이름은 고무공을 만질 때의 탱탱한 느낌을 표현하는 일본식 감탄사다. 남자 주인공 소스케의 이름과 벼랑 위 집에 사는 설정은 일본의 국민작가 나츠메 소세키의 ‘문’에서 따왔다. 작품을 구상하며 바그너의 오페라 ‘발퀴레’를 들었던 감독은 포뇨의 본명 ‘브륀힐데’를 ‘발퀴레’에서 따오기도 했다. 사람이 된 포뇨는 ‘토토로’의 메이를 떠올리게도 한다. 음악은 히사이시 조가 맡아 지브리 멤버가 총 출동한 셈이다.

양성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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