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바이어 “납품 단가 깎아달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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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3면

한국 제품을 수입하는 일본 대기업들이 잇따라 납품 단가 인하를 요구하고 있다. 엔화로 대금을 결제해 왔는데 엔화 대비 원화 값이 연초보다 80% 가까이 떨어졌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대일 수출기업들은 원화 약세(엔화 강세)로 인한 반사이익이 기대만큼 크진 않을 전망이다.

18일 KOTRA에 따르면 일본 최대 전력회사인 도쿄전력은 최근 한국 납품업체에 수출 단가를 15∼20% 깎을 것을 요구했다. 도쿄전력은 배전판 기자재와 배전용 케이블 등 전력 기자재와 부품을 한국에서 수입해 왔다. 국내 업체는 이에 대해 “원화 가치가 떨어지면서 원재료 수입 가격이 올라 환차익이 크지 않다”며 난색을 표했다. 그러나 도쿄전력 측은 “원재료 구입 시기를 면밀히 따져 본 결과 한국 기업들이 재료비 상승 이상의 환차익을 보고 있다”며 가격 인하를 계속 요구했다.

KOTRA가 한국 제품 수입이 많은 39개 일본 대기업의 구매 담당자를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도쿄전력을 포함한 15개사가 최근 환율 변동으로 한국 제품의 수입 단가를 낮췄다고 응답했다.

KOTRA 기세명 아대양주팀장은 “내수와 수출 모두 부진한 가운데 일본 기업들이 수입품 가격을 낮춰 판매를 늘리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수출기업은 합리적 선에서 가격 인하 요구를 들어 주는 대신 환율 변동에 따른 금액 책정계약을 요구해 환율이 하락할 경우에도 대비해야 한다”고 말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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