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의 실버산업 - 성장유망 분야인 養老산업 열풍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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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0면

일본 주요 정당들이 이번 정기국회에서 가장 신경쓰는 것은 오키나와(沖繩) 미군기지나 행정개혁 관련법안이 아니다.관심은 의료개혁과 노인 개호(介護.거동이 불편한 사람을 곁에서 돌보는 일)법안에 맞춰져 있다.누가 돋보이는 법안을 내놓느

냐에 따라 차기 정권의 향배가 좌우된다는 것이다.

두 법안 모두 엄청난 재원이 필요하고 정당간 대립이 첨예해 자민당은“이번 회기에 두개중 하나만 통과돼도 다행”이라는 반응이다.

일본에서 개호가 필요한 고령자는 93년 2백만명에서 2000년 2백80만명,2010년에는 3백90만명으로 늘어날 전망(후생성).이에따라 개호비용도 95년 2조1천억엔에서 2010년에는 10조5천억엔에 이른다는게 정부의 시산(試算)

이다.공적(公的)개호보험이 도입되는 2000년에는 본인부담 10%에다 나머지 90%를 보험이 부담하기로 돼있어 개호시장은 사실상'약속된 거대시장'이나 다름없다.일본 통산성이 지난해 선정한 향후 성장유망 14개 분야에서 정보통신.우주

항공을 제치고 노인복지 관련산업이 수위에 오른 것도 이 때문이다.

노인대국 일본의 이런 법석은 한국에도 강건너 불이 아니다.노인성 치매가 이미 사회문제로 등장한데서 알 수 있듯 개인의 효심(孝心)에만 기대기에는 국민의식과 사회상황이 과거와 너무 달라졌다.먼저 국가가 나서야 하고 국가가 메우지 못

한 공백은 민간업자가 나서 해결하게끔 정책적 배려를 서둘러야 할 시점이다.선진국들은 이미 노인문제가'윤리'아닌 국가의 책임과 시장원리의 문제라는 공통인식을 갖고 있다.

일본 실버시장의 전체규모는 조사된 수치가 없지만 지난해 일본의 노인용'효자기저귀' 판매액은 5백억엔.2000년에는 8백억엔으로 유아용 기저귀시장의 절반에 이를 전망이다.72년 탄생한'홈센터'의 경우 지난해 매출액이 3조엔을 돌파했다.

주식시장의 반응도 민감하다.개호용품업체인 재팬케어서비스가 곧 장외시장에 공개되고 다이고.콤슨.프린세스등 실버전문회사들이 줄줄이 주식공개를 기다리고 있다.눈독들이기는 대기업도 마찬가지다.노인용 복지자동차에 도요타와 닛산.마쓰다.스즈

키등이 뛰어들고 다이에.이도요카도등 주요 유통업체들은 개호용품 전용코너를 개설하는 붐을 이루고 있다.

지난해 노인들이 살기 편한 개호용 주택개조가 전체 주택개조시장의 20%를 차지했고 전기.기계업체들은 2010년을 목표로 가정과 병원에서 노인을 돌보는 자율지능형 로봇 개발에 열을 올리고 있다.

해결해야할 문제도 적지않다.일본 지방자치경영학회는 지난주“노인복지사업을 민간에 위탁할 경우 비용을 절반으로 줄일 수 있다”는 조사결과를 내놓았다.향후 유망시장을 놓고 민.관의 주도권 다툼이 시작된 것이다.또 거동이 불편한 노인을

태워주는 노인이동사업이 운수업으로 분류돼 규제받고 있는등 개호산업에 대한 정부규제완화를 요구하는 목소리도 높아지고 있다. [도쿄=이철호 특파원]

<사진설명>

본격적인 고령화사회에 들어간 일본에서 이른바'시니어세대'를 겨냥한

실버산업이 번창하고 있다.사진은 사설 노인홈에 거주하는 노인들이

산보하는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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