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성장률, 체감지수와 큰거리감 -작년 성장률 분석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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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6면

지난해 우리 경제의 성적표를 보면 앞날이 별로 밝지 않다.지난해 성장률 7.1%는 숫자 자체로는 괜찮은 것이나 속을 들여다보면 그게 아니다.오히려 재고가 눈덩이처럼 불어난 데다 소비가 소득증가세의 둔화에 맞춰 줄어들지 않는 등 자

율조정 능력이 떨어져 경기회복 전망이 불투명한 상태다.

지난 한햇동안 재고증가율은 매달 빠짐없이 20%를 웃돌았다.과거에는 2~3개월 재고증가세가 높다 다시 떨어지곤 했지만 지난해는 이례적으로 증가 일색이었다.

여기에는 지난해 풍작을 이뤄 팔리지 않은 농산물 재고도 한몫 했다.

이 가운데 특히 기업재고가 문제다.95년부터 경기 하강기에 접어들어 기업들이 이미 적정재고를 확보한 상태에서 추가로 늘어난 것이라서'만들어 놓기는 했지만 팔리지 않아 창고에 쌓아 두고 있는 물량'으로 볼 수 있다.

기업뿐만 아니라 개인부문에서도 거품이 계속됐다.지난해 제조업의 임금상승은 경기하락에도 불구하고 95년의 9.9%보다 높은 12~13% 수준에 이르렀다.

가계소비도 음식료품 소비는 부진했지만 승용차.개인용컴퓨터(PC)등 내구성 소비재(7.3%)와 서비스의 소비(8.3%)는 꾸준히 늘었다.

경기가 하락세를 보이는데 맞춰 임금과 소비의 증가폭도 함께 줄어들어야 정상인데 그럴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는 것이다.

이와 함께 총저축률은 92년 34.9%를 기록한 뒤 꾸준히 상승세를 보이다 지난해 4년만에 감소했다.

특히 개인.기업등 민간저축률의 감소세가 기업투자자금으로 지원할 재원이 자꾸 부족해지고 있다.

이는 소비지출이 늘고 고급화하면서 민간저축률의 감소폭이 정부부문의 저축률증가폭을 웃돌았기 때문이다.

반면 총투자율은 38.6%로 91년의 39.1% 이후 가장 높은 수준으로 저축과 투자의 간격이 자꾸 벌어지고 있다.

경기하락에도 불구하고 총투자율이 늘어난 것은 반도체.자동차등 대형 장치산업에서의 재고가 크게 늘고 이것이 재고투자율로 잡혔기 때문이다. 〈남윤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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