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야구 이적선수들 토박이 밀어내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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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8면

'굴러온 돌이 박힌 돌을 빼낸다.'

유니폼을 바꿔 입은 이적 선수들이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

소속팀으로부터 버림받았던 선수들이 새로운 팀에서 주전자리를 확보하고 있는 것이다.

지난해 삼성에서 해태로,다시 해태에서 LG로 이적한 떠돌이 동봉철은 당당히 LG의 주전 좌익수 자리를 꿰찼다.

덕분에 LG 터줏대감인 노찬엽이 지명타자로 밀려날 판.빠른 발과 넓은 수비범위가 천보성감독의 신임을 받고 있는 것.

해태와 LG를 거친'해결사' 한대화는 한참 어린 동생의 사탕을 빼앗은 격이 됐다.한은 이적하자마자 자신보다 13세나 어린 쌍방울 주전 3루수 석수철을 졸지에 벤치로 밀어냈다.

석은 지난해 천신만고 끝에 백인호를 제치고 주전 3루수가 됐으나 난데없는 한대화의 이적으로 1년을 넘기지 못했다.

OB의 천덕꾸러기 포수였던 박현영도 삼성에선 당당한 안방주인이다.87년 입단한 이래 김태형(OB)에 가려 빛을 보지 못하던 박은 '셋방살이 10년만'에 안방마님이 될 기회를 잡았다.

잦은 부상과 많은 나이로 삼성에서 용도폐기(?)된 이정훈도 OB 유니폼을 입은 올해는 주전 활약이 기대된다.

왼손타자 김종석이 허리부상인데다 장원진이 공익근무요원으로 근무중이어서 희소가치가 높아졌다.김인식 감독은“부상만 당하지 말라”며 지명타자 자리를 비워놓고 있다.

단 이정훈은 장원진이 공익근무를 끝내는 5월까지 뚜렷한 활약을 펼치지 못하면 다시 지난해와 같은 수모를 당할 염려가 있다.

LG에서 해태로 이적한 조현.최훈재는 LG에서 벌이던 주전경쟁을 해태로 옮겨 다시 벌이게 됐다.이순철(중견수)과 이호성(우익수)이 외야 한자리씩 차지하고 남은 좌익수 자리를 놓고 기존의 박재벌.박재용.김병조등과 경쟁을 벌여야할 처

지다.

투수로는 해태에서 LG로 이적한 송유석과 최향남이 코칭스태프의 기대를 받고 있어 자존심 회복의 기회를 갖게 될 것 같다. <김홍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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