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탄, 꿔주기, 탄핵…36%만 생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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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통령 탄핵소추안 가결 등 파란을 겪었던 제16대 국회가 29일 끝난다. 28일 국회의사당이 차창에 묻은 빗물에 일그러져 보인다.[김형수 기자]

16대 국회가 29일로 막을 내린다. 헌정사상 처음으로 대통령 탄핵소추 기록을 남긴 16대 국회는 파행으로 얼룩졌다. 16대 국회의 잦은 정쟁(政爭)은 결국 의원들을 제물로 삼았다. 17대 총선에서 살아남은 16대 의원은 99명(약 36%)에 불과했다. 정치권에선 "의원들이 민심의 변화를 외면한 결과"라는 분석이 나왔다.

◇극한 대치와 파행=4년 전인 2000년 4.13 총선은 여소야대라는 16대 국회를 탄생시켰다. 재적의원 273명 가운데 야당인 한나라당은 과반에 4석 모자라는 133석으로 1당이 됐다. 여당인 민주당은 115석, 자민련은 17석을 얻었다. 그런 국회는 출발부터 삐걱거렸다. 출범 첫해에만 네번의 파행을 빚었다.

특히 첫 정기국회에선 한나라당 김용갑 의원의 '민주당=노동당 2중대'발언으로 시끄러웠다. 한나라당이 검찰 수뇌부에 대한 탄핵을 시도해 국회는 무려 44일 동안 공전(空轉)했다. 2001년에는 한나라당이 제출한 3건의 국무위원 해임건의안과 언론사 세무조사를 둘러싼 논란, '이용호 게이트' 등 대형 비리 의혹 폭로 공방 등으로 국민을 피곤하게 했다.

그해 국회는 365일 중 불과 15일을 제외하고 연중 내내 문을 열었지만 대부분 비리혐의 의원들을 보호하기 위한 방탄용이었다. 16대 국회 4년 동안 여야의 정쟁으로 예산안은 법정시한을 넘기기 일쑤였다.

민주당은 공동정권을 창출했던 자민련을 원내교섭단체로 만들어주기 위해 국회 운영위에서 국회법 개정안을 강행 처리하려 했다. 야당이 물리력으로 막자 급기야 여당의원 4명을 자민련으로 꿔주는 사상 초유의 '의원 임대극'을 연출하기도 했다.

◇여권 분화 및 탄핵=16대 국회는 정치권 세력 재편의 시발이기도 했다. 2002년 대선에서 민주당은 노무현 후보를 앞세워 승리했지만 친노(親盧).반노 그룹의 갈등으로 분열하고 말았다. 민주당 친노그룹이 한나라당 탈당파, 개혁당 등과 결합해 열린우리당을 창당하자 고사위기에 처한 민주당은 한나라당과의 공조로 盧대통령에 대한 탄핵처리를 강행했다. 盧대통령 집권 1년 동안 야당의 김두관 장관 해임건의안 처리, 윤성식 감사원장 임명동의안 부결 사태, 대선자금 수사로 인한 여야 의원 줄구속 사태 등으로 악화된 여야관계도 탄핵안 가결의 바탕이었다. 그러나 역설적으로 야 3당의 탄핵안 가결은 16대 국회의 여소야대 상황을 17대에서 뒤집는 계기가 됐다.

◇"대통령이 법치주의 세워야"=파란만장했던 16대 국회 후반부를 이끈 박관용 국회의장은 28일 "다수는 소수를 존중하고, 소수는 다수를 따라야 한다"고 말했다. 朴의장은 "대통령이 법치주의만은 꼭 지켜주고 덕치를 하기 바란다. 그러면 국민신뢰를 회복하고 훌륭한 대통령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강민석 기자<mskang@joongang.co.kr>
사진=김형수 기자 <kimhs@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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