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感도 '정량화' 상품개발에 응용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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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3면

고급 승용차를 굴리고,값비싼 외제 와이드TV를 놓고 살면 얼마나 행복해질까.황당한 것같은 이같은 질문의 답을 찾기 위해 학자들이 나섰다.행복감을 과학적으로 정량화(定量化)하겠다는 것.

충남대 손진훈(孫晋勛.심리학과)교수팀은 최근 이같은'행복감 정량화'의 일환으로 촉감연구를 시작했다.

애무의 손길이 달콤하고,끈적한 액체를 만지는 기분이 찜찜하듯 촉각 또한 유쾌.불쾌를 통해 행복감을 좌우하는 요소이기 때문이다.

孫교수팀은 촉각의 대표격인 손 감각을 기초 연구의 주제로 정했다.'부드러운 감각'을 느끼기 위해 양털이나 밍크털을 손으로 문지른다든지'딱딱하고 거친 감성'을 주는 플라스틱 카드나 석고같은 물체를 손으로 만져 느낌을 정량화하는 것이다.

연구팀은 20여명의 남녀 대학생을 상대로 이런 식으로 자극을 반복한 후 뇌파 변화를 측정했다.뇌파는 기분이나 정신상태를 비교적 객관적으로 볼 수 있는 척도다.

예상대로 양털을 문질렀을 때'기분 좋다'는 대답이 가장 많았다.밍크털.석고등의 순으로 점차 기분이 덜 좋아지기 시작해 플라스틱 카드에서 가장 불쾌감이 컸다.

뇌파는 기분이 좋을 때는 알파(α)파가,불쾌할 때는 베타(β)파가 우세했다.

孫교수는“개인적인 차이는 있지만 유.불쾌에 따라 주로 발생하는 뇌파의 유형이 다르다는 것은 촉감을 통한 행복감의 정량화가 가능하다는 증거”라고 주장했다.

그는 이같은 연구결과와 함께 피부감각을 통한 감성은 편안함.청결감.불결감.섹시함등의 느낌을 11종류로 구분할 수 있다는 결론을 얻었다고 밝혔다.

한국표준과학연구원 김철중(金鐵中).황민철(黃珉哲)박사팀도 비슷한 방법으로 시청각의 감성 측정 연구결과 시청각 자극에 의한 행복감은 역시 α파와,불쾌감은 β파와 대체로 깊은 관련이 있다는 결론을 얻었다.

미국.일본 과학자들 사이에도 최근 이 분야 연구가 활발하다.이들 역시 주로 뇌파를 통해 감성을 측정하는데 이들에 따르면 α파는 편안한 상태에서,β파는 정신을 집중할 때,델타(δ)파는 수면시,세타(θ)파는 놀랄 때등에 뚜렷이 나타난다는 것이다.

최근 국내외 과학자들이 이런 연구에 집중하는 것은 학문적 호기심 때문만은 아니다.

2~3년후쯤이면 자동차 디자인이나 제품 설계,사무실 배경음악 선곡등에 이런 연구결과를 이용할 수 있을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일본등의 경우 브래지어.팬티등 살갗과 접촉이 많은 상품을 중심으로 원단과 착용감의 관계를 살피는등 행복감의 산업화 연구도 활기를 띠고 있다. 〈김창엽 기자〉

<사진설명>

인간의 뇌에서 느끼는 감성을 최대한 정량화시켜 상품 개발에 활용하는

연구가 국내에서도 활발하게 수행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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