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 H주, 증시 급락 후 ‘모범적 반등’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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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6면

세계 주요 증시가 10월 말 저점을 찍은 뒤 뚜렷한 상승 흐름을 보이고 있다. 그러나 각국의 주가지수 그래프를 보면 상당한 차이가 발견된다. 가장 눈여겨봐야 할 것은 단기 저점의 변화다. 주가 등락 과정에서 단기 바닥이 점차 올라가는 ‘저점 상승형’과 두 차례에 걸쳐 비슷한 수준까지 떨어졌다 반등하는 ‘이중 바닥형’, 주가가 10월 말 저점 아래로 한 차례 크게 밀렸다가 상승하는 ‘전 저점 하회형’으로 나눌 수 있다. 이 중 저점이 계속 올라가는 쪽의 투자 위험이 가장 작다.

홍콩에 상장된 중국 기업을 모아 놓은 홍콩 H주는 첫째 유형이다. 10월 말 5000선 밑으로 떨어진 뒤 반등하는 과정에서 한 번도 이 선까지 다시 밀리지 않았다. 11월 저점은 6190선이었다. 브라질·멕시코 증시도 저점 상승형 그래프를 그렸다. 저점이 올라갔다는 건 시장 참여자들이 직전 주가 저점에 대해 낙폭이 너무 지나쳤다고 판단한 걸로 해석할 수 있다. 주가가 직전 저점까지 되밀리기 전에 주식을 샀다는 얘기다.

한국 코스피지수는 이중 바닥형에 해당한다. 10월 말과 11월 말 두 차례에 걸쳐 900선 초반까지 떨어졌다 반등했다. 영국·러시아·아르헨티나·인도네시아도 비슷했다. 주가가 너무 빠졌다는 공감대는 있지만 국가별로 다양한 내부 위험요소도 남아 있는 경우다.

미국 스탠더드 앤드 푸어스(S&P) 500지수는 한 차례 직전 저점 밑으로 떨어졌다 반등했다. 10월 말 840선을 저점으로 상승하다 11월 한때 750선까지 뚝 떨어진 뒤 다시 올랐다. 캐나다·프랑스·호주·뉴질랜드도 이런 흐름을 보였다. 이런 그래프가 나오면 시장 참여자들이 주가 바닥이 어딘지 확신하지 못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내부 위험요소가 상당하다는 뜻이다.

홍콩 H주가 저점을 높여가며 오른 것은 시장이 중국 정부의 경기부양책이 가져올 효과를 어느 정도 신뢰한다고 해석할 수 있는 대목이다. 상하이종합지수에 비해 이런 흐름이 더 도드라졌던 이유는 외국인 자금이 상대적으로 훨씬 자유롭게 드나들 수 있기 때문이다. 대우증권 이인구 연구원은 “내년 중국 성장률이 반 토막 날 거라는 전망도 나오고 있지만 주가는 경기부양 효과를 미리 반영하고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김선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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