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나다>홍보기획 전문 알앤아이-밤마다 뛰는 문화운동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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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6면

“선택하라,삶을….선택하라,일요일 아침의 따뜻한 햇볕….선택하라,대형브라운관 TV수상기….” 영화'트레인스포팅'의 시작이다.허름한 스코틀랜드 에든버러의 뒷골목을 헤집고 숨가쁘게 도망치는 젊은이들.그들의 모습과 함께 이런 멘트가 흐른

다.

세기말의 젊은이들이“그래 좋다.우리도 한번 해보겠다”며 삶을 선택하겠다는 것이다.그러나 기존 지배세력들로선 새로 분출하는 세대에 자유로운 선택권을 주는 것은 위험한 짓이다.그들의 존재 근거를 위협하기 때문이다.

'나쁜 녀석들이 설치는 좋은 영화'란 평가를 받으며'트레인스포팅'은 젊은층에서 선풍이다.그런데 이 영화를 도대체 누가 홍보했을까.지하철역.카페등에서 시사회를 열고 영화음악을 CF에 삽입시키고 한 것들 말이다.

'알앤아이'(R&I.멤버들이 좋아하는 색깔 red와 ivory의 머릿글자)라는 이름의 그룹멤버들이 바로 그 주인공이다.그들은 각기 직업을 유지하면서 남은 시간을 쪼개 일한다.남들이 일과후 휴식에 젖어들 오후9~10시 강남의 작은 사무실에 모여 기획회의를 시작한다.밤을 새워가며 토론과 숙고를 거듭하다 다음날 아침 곧바로 일터로 나가는 경우도 많다.

흡사 이 영화의 주인공들 같다.그래서인지 그들에게선 영화의 주제와 상당부분 평행되는 새로움이 엿보인다.인기의 주류에서는 다소 벗어나 있지만 그렇다고 흥행을 완전히 도외시한 것도 아닌,브로드웨이식으로 말하면'오프 오프'가 아니라'오프'문화운동 같은 것.

서울대 철학과를 나와'역사신문'편집을 맡고 있는 대표 최영재(30)씨,한양대 연극영화과 조교이며 독립영화 제작에도 손대고 있는 홍지용(30)씨,연극기획자 장소정(27)씨,한국비젼 CF감독 황우현(30)씨등이 핵심멤버다.여기에 LG

미디어에서 소프트웨어 개발을 했던 이택동(37)씨가 뉴미디어와 멀티미디어 관련 개발을 담당하며 경남대 법대 출신의 엄상현(38)씨가 조직과 운동의 체계를 잡는 고문격으로 일한다.

미국.프랑스에 유학중인 이재신.심재원씨등의 전 멤버는 해외정보를 제공하고 있다.

대부분의 멤버가 대학생때 운동권에 몸담았기에 그룹의 움직임은 다분히 정치적이고 전략적이다.

게릴라 수법으로 영화 홍보와 제작에 손길을 뻗친 것도 같은 맥락에서다.

'알앤아이'의 고유종목은 CD롬 타이틀 제작과 번역,그리고 새로운 미디어 출현에 대응한 문화상품 창출등이다.영화.법전.한국시인에 관련된 CD롬 타이틀들을 삼성전자를 통해 곧 선보일 예정이며,프랑스의 각광받는 철학자 장켈레비치의'죽음을 생각한다'는 책을 곧 출간하게 된다.인터넷의 웹 매거진 구상도 거의 완성단계에 와 있다. 〈채규진 기자〉

<사진설명>

새로운 문화운동팀'알앤아이'의 핵심 멤 버인

장소정.최영재.홍지용.황우현씨(왼쪽부터)등이 영화 '트레인스포팅'의

성공을 자축하며 활짝 웃고 있다. 〈김춘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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