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축인들의 장르깨기 잡지 '포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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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4면

크로스오버.장르 넘나들기라고 그런다.이를테면 시인이 소설.희곡을 쓰고 클래식 음악가가 대중음악으로 뛰어드는 것등이다.건축이라고 어디 크로스오버가 없을까.

간향(間鄕.대표 이용범)이라는 이름아래 모인 신예 건축인들이 그작업을 진행중이다.우선 그들은 만1년전'월간 건축인 포어'라는 잡지를 만들었다.포어는'People of Architecture'의 약자다.하지만 연극적이기도 하고 실험 시집같기도 한 잡지가 크게 돈이 됐을리 만무하다.

그런데도 그들은 간향건축문학상을 제정했다.국내 처음으로 건축에세이스트를 탄생시키고자 했던 것이다.이번 1회땐 단 2편의 응모작에 9명의 심사위원이 매달리는 해프닝을 연출하면서도 그들은 진지했다.최근 발표된 수상자는 이종호(42.시원건축소장)씨.

책을 내고 그들은 어김없이'간향말판'이라는 이름으로 술판을 벌인다.글자 그대로 말과 술이 어우러지는 자리다.가급적이면 실험적이고 삐딱한 말을 즐기는 사람을 주제발표자로 선정한다.발표가 끝나면 곧바로 논쟁이나 잡담으로 들어간다.한쪽

구석에서 술잔이 거푸 돌아도 누구 하나 인상을 찌푸리지 않는다.

커튼 콜.연극용어다.공연이 끝난 뒤 관객.연기자.연출자가 함께'해피하게 엔딩'하는 절차를 일컫는다.'포어'는 이를 차용해 창간1주년 기념호에'출구'라는 제호의 부록을 붙였다.스스로 북퍼포먼스라 부르면서….그들은 다시 새로운 게임을

구상중이다.오직 하나 건축이념을 생활속에 확산시키려는 꿈을 실현하기 위해서. 〈허의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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