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화협정 이후 최악 유혈사태 - 요르단 군인 이스라엘 학생 버스 총기난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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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8면

요르단 병사가 13일 이스라엘 학생들이 탄 버스에 총기를 난사해 7명을 살해한 사건이 터짐으로써 이스라엘의 동예루살렘 유대인정착촌 확대로 야기된 이스라엘과 주변 아랍국들간 긴장관계는 악화일로로 치닫고 있다.

이번 총격난사 사건은 최근의 이스라엘.팔레스타인간 대립이 이스라엘과 주변 아랍국들 전체의 갈등으로 확대되고 있음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것이다.

이번 사건은 지난 94년 평화협정으로 관계를 정상화한 이스라엘과 요르단 양국간에 벌어진 최악의 유혈사태다.범인은 요르단군 운전병으로 곧바로 검거됐으나 아직 범행동기는 밝혀지지 않고있다.

이번 사건은 단순한 우발적 총격으로 보아 넘기기 힘들다.

사건 이틀전인 11일 압둘 카림 카바리티 요르단총리는 이스라엘의 동예루살렘 유대인 정착촌 건설계획과 요르단강 서안 주둔군 철수범위 축소결정이 중동평화협상을 심각한 위기로 몰고간다며 이스라엘을 격렬하게 비난하고 이스라엘과 정상적인

외교관계를 유지할 수 없다고 경고했다.

또 후세인국왕과 네타냐후총리는 이스라엘.팔레스타인 협상 결렬과 관련,감정적 비난서신을 교환하기까지 했다.이러한 상호비난은 요르단과 이스라엘이 경제부문을 중심으로 실질 협력관계를 유지하고 있는 현실에 비추어 보면 지극히 과격한 것이

다.

양국은 지난 94년 평화협정 이후 관계정상화를 거쳐 지난 1월에는 공동 국경을 통한 화물 직송협정으로까지 발전했다.

이스라엘도 이번 사건을 한 병사의 착란에 의한 우발적 총격으로 해석하지 않고 있다.

네타냐후 총리는 이번 사건을 최근의 이스라엘.팔레스타인 평화협상 결렬에 따른 경고성 폭력으로 해석하고 있다.당장 이스라엘내 과격파들은 아랍과 유대국가간 평화는 쌍무우호협력관계를 통해 달성할 수 없다며 힘에 의한 강력한 응징을 촉구

하고 나섰다.중동평화과정은 지난 95년 오슬로협정이후 2년여만에 최대의 위기를 맞고 있는 것이다. [런던=남정호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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