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널톱>MBC 베스트극장 '춘설이 난분분하니' 집단심리 코믹 풍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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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42면

소문과 진실의 사이라는 아주 해묵은 그러나 매력적인 소재의 드라마가 MBC베스트극장(밤9시55분)전파를 탄다.개성 강한 배우들이 출연하는 코미디'춘설이 난분분하니'(극본 안광희.연출 정인).

서해안 조그마한 섬.폭행치상죄로 1년간 복역을 마친 무뢰한이 돌아온다는 소식이 퍼지자 마을은 술렁거리기 시작한다.그를 감옥에 보내는데 일조(?)한 많은 사람들은 그가 해코지를 하리라는 불안감에 휩싸인다.시간이 지날수록 무뢰한을 보

았다는 말이 하나 둘 섬에 나돌고 그럴수록 섬사람들의 공포심은 더해간다.소문으로만 그려지는 출옥자 봉학의 행동은 그야말로 앙갚음을 하겠다는 태세로 똘똘 뭉쳐 있다.

우람한 체구의 연극배우 정원중이 봉학역을,봉학의 성격이 거칠어 마을사람들이 평소 그를 꺼렸다는 불리한 증언을 한 이장역에 송경철,봉학이 섬에 상륙해 처음 들른 목포집 아낙에 신신애,봉학이 교도소로 간 뒤 동네 덕보와 소문나게 놀아

난 아내 옥희역에 신인 고용화가 출연해 각각 맡은 코믹연기를 소화해 냈다.

시간이 지나도 봉학이 마을에 들이닥치지 않자 마을사람들은 공포를 넘어 초조해지기 시작하고 급기야 환영사절단을 보내자는 소리까지 나온다.이런 와중에 덕보는 육지로 줄행랑치다 실종되고….

한편 목포집에서 술을 마시며 마을 진입을 주저하던 봉학은 어쨌든 한번 가서 부닥쳐보라는 목포댁의 권유에 무겁게 몸을 일으킨다.그의 말이 드라마의 백미다.

“실은 동네에 들어갈 용기가 나지 않아 여기서 이러고 있었다니까요.”

제작진은 규명되지 않은 실체에 대해 반응하는 인간들의 심리상태를 그리려고 했고 그 의도는 어느 정도 성공한 것으로 보인다. 〈이규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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