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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혁규 前경남지사 "경남지사 선거 신경 쓰인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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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김혁규 전 경남지사는 27일 "심기가 괴롭다"고 했다. "자꾸 야당이 감정적으로 대응해 괴롭다"는 말을 되풀이했다. 총리 내정설 이후 줄곧 한나라당의 집중 포화에 시달린 그다.

1948년 건국 이래 대통령.총리가 같은 지역 출신이었던 때가 53년 백두진 총리 한번뿐이었다는 민주당의 지적도 곤혹스럽긴 마찬가지다. 그는 지난 20일 노무현 대통령과 열린우리당 지도부의 청와대 만찬 참석 이후 경남 창원에 머무르다 26일 밤 서울로 왔다. 27일엔 자신을 정치에 입문시킨 김영삼 전 대통령의 상도동 집을 찾았다. "안부인사를 위한 방문이었다"고 한다.

언론과의 접촉을 피해온 金전지사를 전화로 인터뷰했다.

-金전지사의 총리 지명설에 반대의 목소리도 있다. 대통령이 '김혁규 카드'를 밀어붙이는 이유가 뭔가.

"대통령은 경제도 어렵고 하니까 '김혁규가 하는 게 안 좋겠나'라고 생각하는 것 같다. 아직 (최종) 통보는 못 받았다."

대통령 정치특보인 열린우리당 문희상 당선자는 며칠 전 "대통령은 金전지사를 최고의 '실사구시(實事求是)형' 지도자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지사 시절 경남의 농산물을 외국에 직접 들고 나가 판로를 개척하고 외자유치에 성공한 경력을 높이 산다는 얘기다.

-한나라당에서 인사청문회를 통해 재산증식, 행정실패 등을 부각시키겠다는데.

"도지사 10년 하면서 돈과 행정처리 문제에 전혀 부끄러움이 없다. 경남도의회에서 내가 한나라당을 탈당한 뒤 감정적으로 특위까지 만들어 다섯달째 조사하고 있지만 아무것도 안 나오지 않나."

-한나라당은 '金전지사를 공격할 자료가 쌓여 있다'고 한다.

"다 근거없는 것들이다. 특히 대선 전에 내가 이회창 전 총재에게 '충성 맹세' 편지를 보냈다는 말도 있는데 이건 정말 얼토당토 않은 얘기다. 편지가 있다면 한 번 공개해 보라."

金전지사는 그러나 한나라당에 대한 직접 공격은 피했다.

야당을 자극하지 않으려는 태도였다. 지난 3일 여야 대표회담에서 한나라당 박근혜 대표가 "재.보선 원인을 제공한 사람을 차기 총리로 거론하는 것은 상생의 정치에 반하는 것"이라고 했을 때만 해도 "다른 당의 도지사.국회의원을 빼간 사람들이 그런 말할 자격이 있느냐"며 공개 비판했던 그다.

-열린우리당 상임중앙위원인데 왜 중앙당 행사에 안 나타나나.

"내가 지금 서울에 와서 할 일도 없고, 할 수 있는 일도 없고…."

-그럼 경남에선 뭘 했나. 열린우리당 6.5 재.보선 선대위원장직도 맡고 있는데.

"경남지사 선거는 특히 박빙이고 예측불허라 신경 쓰인다. 이 선거엔 내가 경험이 많으니까 이런저런 것들을 협조하고 있다. 부산은 주로 전화만 한다. 전남은 내가 안 나서도 잘 되는 것 같고 제주는 조만간 한번 가겠다."

金전지사 주변에선 그가 경남지사 선거사무소 회의를 챙기는 등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고 말한다. 그러나 대외 노출은 꺼리고 있다. "盧대통령의 부담을 덜어주기 위해서"라는 게 주변의 설명이다. 金전지사의 '정중동(靜中動)'은 당분간 계속될 것 같다.

김선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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