껄끄러운 언론에 영향력 겨냥 - YTN인사개입 내막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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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김현철(金賢哲)씨의 인사개입이 그의 육성 녹음테이프로 폭로된 YTN(연합텔레비전뉴스)사장 인사파동은 그 내막을 추적해 보면 권력핵심의 영향력 행사가 어떤 식으로 이뤄지는가를 설명해준다.

문제는 권력자는 항상 권력을 감시하는 언론을 불편해 하며,나아가 장악하고자 한다는 것이다.김영삼(金泳三)대통령의 권력을 나눠가졌던 차남 현철씨가'한국의 CNN'을 자임하며 출범하는 YTN사장에 자신과 가까운 민주계 김우석(金佑錫)

전장관을 민 것도 같은 맥락일 것이다.원래 부산 MBC출신 언론인으로 87년 YS캠프에 합류한 金전장관은 94년 건설부장관을 그만둔뒤 그해말 개각에서 다른 장관자리를 원했으나 안되자'위로차원'에서 도로공사 이사장 자리를 제안받았다고

한다.

그러나 金전장관은“건설부장관을 했는데 어떻게 건설부산하 도로공사 사장을 하느냐”며 거절했다.

다시 전기통신공사 사장자리에 대한 타진이 있었는데 이때 金전장관은'YTN사장을 하고 싶다'는 뜻을 주위에 밝혔다는 것.

당시 그의 이런 뜻을 받아들여 가까운 민주계 인사들이 그를 밀었다.

현철씨가 어딘가 전화를 해“金장관이 YTN사장자리에 관심이 있다는 얘기를 듣고 이원종(李源宗)정무수석과 상의를 했다”면서“현소환(玄昭煥)연합통신사장 대신 한번 해보는 것도 생각해 볼 수 있지 않느냐”고 말한 것도 이 무렵,95년초

다.

오인환(吳隣煥)공보처장관은 12일 국회답변에서“당시 金장관이 YTN사장으로 간다는 얘기가 있길래 현철씨에게 전화를 걸어 그런 일이 있느냐고 물어본 적이 있다”고 밝혔다.

그는“왜 현철씨에게 전화했는가”라는 질문에 대해서는“대통령에게는 여러 보고채널이 있을 수 있으므로 내가 모르는 채널이 있는가 해서 물어본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이같은 소문은 곧 청와대 관계자를 통해 玄연합통신사장 귀에까지 흘러들어갔다.玄사장이 중역회의에서 공개적으로“인사에 누가 개입하고 있다”고 밝힌 것은 일종의 항의표시였다.물론 정부쪽에서 이러한 玄사장의 태도에 대한 경고도 이

어졌다.그러나 결과적으로 이러한 외부의 입김이 언론계에 알려지면서 金전장관의 언론사 사장 꿈은 무산됐다. 〈오병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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