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ver Story] SK 최태원 회장, “구본무 회장 닮고 싶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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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태원(48) SK 회장은 올 초 최고경영자(CEO) 이미지를 관리하는 PI컨설팅회사에 이같이 주문했다.


SK는 CEO의 이미지도 마케팅 중 일부라며 중시하고 있다. 이런 요구를 받은 PI업체는 두 달에 걸쳐 기업인·대학생·광고인 등을 대상으로 심층 인터뷰 조사를 했다. 우선 최 회장과 구 회장의 장단점을 분석했다.

인터뷰에 참여한 한 관계자는 “조사 결과 최 회장의 일반적인 장점은 젊음과 열정을 지닌 경영자로 나타났다”고 말했다. 최 회장이 관심을 기울이는 사랑의 집 짓기 행사 ‘해비타트 운동’에서 땀 흘리는 모습이 일반인에게 좋은 이미지로 남아 있다는 얘기다.

이에 비해 구 회장은 직원들과 스스럼없이 어울리는 이미지가 있었다는 분석이 나왔다. 소탈하고 겸손하며 친근감이 넘쳐나는 CEO의 이미지가 특징이라는 것이다.

컨설팅 업체는 이 같은 결과를 최 회장에게 상세히 보고하고 다양한 해법을 제시했다. 이 업체 관계자는 심지어 구 회장의 ‘미소 크기’까지 따라 해 보라고 했다고 한다. 최 회장에게 너무 크게 웃지 말고 구 회장과 같이 작은 미소를 머금어 보라는 조언이었다. 그는 성격상 몸짓을 크게 하고 호탕하게 웃는다.

반면 구 회장은 평소 이웃집 아저씨 같은 작은 미소를 자주 머금고 있다는 것이다. 컨설팅 업체는 “최 회장은 호탕하게 웃는 모습이 열정적으로 보이기도 하지만 4대 그룹의 수장으로서 무게감이나 차분함이 떨어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따라서 구 회장과 같이 편안한 느낌을 주면서도 재계의 리더로서 중량감을 보여주는 모습을 본받으라는 주문을 했다.

구 회장은 평소 큰 조직일수록 화합이 중요하다는 경영철학을 역설하곤 했다. 재계의 한 관계자는 “구 회장은 골프를 좋아해 경기도 곤지암GC에 자주 나간다. 그런데도 계열사 사장들이 많이 와서 친다. 이런 풍경은 권위적인 다른 기업 문화와 분명 차이가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다른 기업 같으면 임원들이 가능하면 오너 회장과 마주치지 않으려고 다른 골프장에 가는 것이 보통이다. 그는 이어 "구 회장은 아랫사람을 편안하게 해주지만, 리더로서 모든 것을 파악하고 있다. 다만 아랫사람에게 일을 전적으로 맡기는 경영을 할 뿐”이라고 덧붙였다.

최 회장은 이런 ‘구본무식 리더십’에도 관심이 있다.

실제로 최 회장은 얼마 전 와이셔츠 소매까지 걷어붙이고 직원들과 150분간의 끝장 토론을 하기도 했다. 당시 그는 사내방송을 염두에 둔 듯 “화장이 잘 됐느냐. 멋지게 나와야 한다”라고 말해 참석자들을 편안하게 해주기도 했다. 최 회장의 과거와 다른 모습이라는 게 SK 관계자의 말이다.

그는 이어 “최 회장은 항상 화합의 기업문화를 정착시키기 위해 ‘따로 또 같이’를 강조한다”며 “LG가 추구하는 화합과 일맥상통하는 면이 있다”고 덧붙였다. 또 최 회장은 구 회장이 임원회의나 사업보고회 등에서 발표 내용을 경청하는 진지한 표정이 노출되는 것을 참고한다. 컨설팅 업체는 "최 회장이 에너지와 이동통신이 주력사업인 만큼 관련 행사나 토론회 등에 참가해 적극적으로 발언하라”고 주문했다.

최 회장은 개인적으로도 구 회장을 존경한다. 그는 청와대의 재계 총수 초청 행사가 있으면 항상 구 회장 오른쪽에 앉는다. 그룹별 서열로 따지면 LG보다 자산이 많은 SK가 먼저지만 최 회장은 항상 구 회장에게 자리를 양보한다. SK의 한 관계자는 “구 회장에 대해 개인적으로 각별한 존경심을 갖고 있는 최 회장의 예우”라고 말했다.

또 다른 재계 관계자는 “최 회장이 구 회장을 아버지처럼, 때로는 큰 형처럼 생각하고 있다”고 말했다. 구 회장은 최 회장의 선친인 고 최종현 회장이 전국경제인연합회 회장을 맡았을 때(1993~95년) 부회장으로 일한 인연도 있다.

인덕대 시각디자인과 홍지원 교수는 “경영자의 리더십과 이미지는 기업은 물론 상품에도 커다란 영향을 미친다”며 “대기업 최고경영자가 좋은 이미지를 쌓기 위해 평소 존경하는 다른 기업 총수의 이미지를 벤치마킹하는 것은 바람직한 일”이라고 말했다.

장정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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