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속스캔들’ 강형철 감독, “영화계 데뷔는 저속 관객 몰이는 초고속”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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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과속스캔들’의 흥행 기세가 놀랍다. 개봉 첫 주는 물론 2주차인 지난 주말에도 ‘트와일라잇’ ‘오스트레일리아’ 등 할리우드 영화를 가뿐히 제치고 흥행 1위를 차지했다. 지금까지 관객수가 160만여 명. 개봉 이후 열흘여 만에 손익분기점을 넘어선 것이다.

“시나리오를 쓰면서 저도 가슴 떨리게 좋아했던 대목을 관객들도 재미있게 봐주시는 게 고마울 뿐이죠.”

각본을 겸한 강형철(34·사진) 감독의 소감은 차분했다. 그는 대학 졸업 뒤 다시 연극영화과(용인대)에 진학한 늦깎이다. “별난 경력은 아니고요, 그냥 하고 싶은 걸 찾는 데 시간이 오래 걸린 흔한 경우죠. 마침 한 방 쓰던 친구가 연극영화과 학생이었어요. 저보고 글쓰기도, 영화도 좋아하니 한번 시험을 보라고 권했죠. 근데 실기시험에서 정말 신들린 듯 글을 쓰는 경험을 했어요. 내가 할 일을 찾았다는 느낌이었죠.”

물론 영화에 대한 사랑은 이보다 앞선다. “친구들이 열광하는 ‘다이하드’는 물론 ‘시민케인’이나 ‘400번의 구타’ 같은 고전도 저한테는 재미있는 오락영화였어요. 동네 비디오가게에서 빌려본 게 너무 재미있어 계속 찾아보게 됐죠.”

이렇게 찾은 ‘할 일’을 직접 하기까지는 또 한참이 걸렸다. 연출부로 합류한 영화가 무산된 경우도 있었고, 자신의 시나리오로 감독까지 맡아 2년 가까이 준비한 영화도 투자를 받지 못해 무산됐다. 대신 그 때 맺은 인연 덕분에 공포영화로 이름난 안병기 감독이 이번 영화의 제작을 맡았다. 강 감독은 “빠르지도 늦지도 않은 적당한 나이에 데뷔하게 된 것 같다”고 말했다.

‘과속스캔들’의 강점도 바로 이런 중용의 미덕이다. 30대 DJ(차태현)에게 20대 딸(박보영)이 나타난다? 그것도 일곱 살 아들(왕석현)을 둔 미혼모로? 억지웃음이 되기 쉬운 줄거리를 감독은 깔끔한 연출을 통해 유쾌한 가족코미디로 완성했다. 과연 친부녀 사이일까 하는 의구심을 반전의 장치로 우려먹는 대신 일찌감치 ‘친자확인’이라는 카드를 내세우는 점도 상큼하다. “많은 영화가 이미 보여준 걸 반복하지는 말자고, 일찌감치 정해둔 대로였죠. 저도 관객의 한 사람인걸요. 식상한 건 싫죠.” 영화의 메시지는 감독의 초심대로다. “가족 3대 얘기를 해보고 싶었어요. 서로 으르렁대지만 큰일이 닥치면 하나로 뭉치는 가족의 이야기요.”

신인 감독이 자기 구상대로 영화를 완성하자면 남다른 고집과 준비가 필요한 법이다. 그의 경우는 특히 아역배우 캐스팅에 공을 들였다. 7세 아역배우 왕석현은 사실 연기경력이 전무한 상태였다. “시나리오를 쓰면서도 이런 아이를 정말 찾을 수 있을까 싶었는데, 오디션 초반에 만난 거예요. 근데 감독이 신인인데, 아역도 신인이면 불안해들 하죠. 일단 최종 오디션을 보기로 하고, 연기선생님을 따로 붙여줬어요. 석현이 어머니한테도 장문의 편지를 썼죠. 장면마다 연기 설명을 곁들여서요.”

글= 이후남 기자, 사진=김도훈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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