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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경진의 서핑차이나] 인터넷 만리장성 완공 카운트다운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황금방패 프로젝트로 일망타진한다. 중국인민은 도망갈 길이 없다”
중국에 새로운 만리장성이 곧 완공된다.
‘인터넷 만리장성(Great firewall)’을 구축하는 진둔(金盾, 황금방패)공정이 바로 그것. 이를 통해 외국의 특정 서비스를 막고, 일부 특정 검색어를 차단하며 네티즌의 불순한 활동을 감시하는 검열 시스템이다.
지난 10일자 대만 자유시보에 보도된 황금방패 프로젝트 관련 기사를 소개한다.

◇“도망갈 곳이 없다”=국력의 신장을 바탕으로 중국이 10년에 걸쳐 야심차게 추진한 ‘황금방패 프로젝트’가 올 연말 완성된다. 거대한 통치 고질라가 출현하는 것이다. 과거 중국 공산당은 사람 위주의 감시통제 방식을 취했다. 틈이 생길 수밖에 없었다. 이번에 등장하는 최신 과학기술을 이용한 감시 통제 시스템은 물 한 방울 샐 틈도 남기지 않을 것이다.
1998년 중국 공안부장 자춘왕(賈春旺)이 입안하면서 ‘황금방패(진둔·金盾) 프로젝트’가 시작됐다. 현재 인터넷에 대한 주요한 감시 통제 내용은 모두 중국 당중앙정치국으로 보고되는 것으로 알려진다. 인터넷 통제가 국가 안전 차원으로 격상된 것이다.
주요 도시를 위주로 하는 감시 통제 장치 역시 촘촘해졌다. 베이징은 올림픽 안전이란 명분으로 공공장소에 26만개의 감시기가 설치됐다. 상하이에는 2010년 엑스포 이전에 20만개의 감시기를 설치할 계획이다. 광둥성에는 작년 4월까지 이미 57만개의 감시기가 설치됐다.
대만 대륙위원회는 인터넷 기술로 볼 때 지난 10년간 대량의 인력과 돈, 발전된 인터넷 통제 기술이 투입되어 중국정부의 공공인터넷 감시, 통제, 봉쇄 능력과 기술은 세계 제일이 됐다고 평가한다.
중국은 지난 10여 년 동안 폐쇄한 ‘불량사이트’가 20만 개를 넘었다고 공개한 바 있다. 올 10월 인터넷 전화인 스카이프(SKYPE)의 암호체계가 업그레이드 돼 감시가 힘들어지자 중국은 스카이프 중국 파트너인 ‘TOM닷컴’의 도움을 받아 인터넷전화 사용자 체크 시스템을 완비했다. 이에 대해 TOM측은 중국 기업으로써 감시 통제를 수행하는 것이 법률 규정에 전적으로 부합한다고 해명한 바 있다.
서방에서 ‘인터넷 만리장성’이라고 부르는 인터넷 정보 필터링 시스템은 대만에 대해 가장 엄격하게 적용된다. 예를 들어 ‘대만’이라는 단어를 구글에서 검색하여 나오는 사이트 100개 가운데 거의 절반이 중국에서는 접속이 되지 않는다.
할리우드 영화 ‘에너미 오브 스테이트’에 나왔던 인공위성을 통한 감시와 네트워크 통제로 주인공이 숨을 곳이 없게 하는 장면은 수많은 관객들을 두렵게 했다. 고도의 과학기술은 마치 물이 배를 띄울 수도 있을 뿐만 아니라 배를 뒤집을 수 있는 것과 같이 편리함을 제공해주기도 하지만 만약 반민주적인 권력의 손에 들어가면 한층 더 무시무시한 통제 도구가 될 수 있다. 현대 과학기술의 산물인 중국 '황금방패'는 중국뿐만 아니라 장차 다른 나라를 위협하는 도구가 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인터넷 만리장성=규정상 중국의 전신업자는 모두 베이징 국가안전부와 협력하여 일반 가정, 학교, 기업의 인터넷 활동을 감시해야 한다. 예를 들어 어떤 사용자가 ‘대만독립(台獨)’, ‘달라이 라마’, ‘파룬궁’, ‘허난성 에이즈 촌’, ‘6·4’ 등 민감한 단어를 검색하면 종종 검색 결과가 나오지 않을 뿐만 아니라 자동으로 사용자 가정의 인터넷 연결이 차단되어 몇 분에서 몇 시간 동안 인터넷을 연결할 수 없게 된다.
이러한 기술은 ‘중국 국가 방화벽’ 혹은 ‘인터넷 만리장성(Great Firewall)’이라 불린다. 이는 중국정부의 인터넷 콘텐트를 감시 통제 필터링하는 소프트웨어와 하드웨어 시스템을 포괄한다. 서버와 라우터 등 하드웨어 설비에서부터 이들의 구동과 관련된 응용 프로그램으로 구성된다. 주요 용도는 중국 영토 안팎에서 인터넷 상의 텍스트와 오디오, 동영상 정보를 분석하고 필터링하는 것과 전자신호의 전송을 중간에서 가로막아 중국 민중이 정보를 취득하는 경로를 막는 것이다.

◇황금방패 프로젝트 종사자 30만명=대만 대륙위원회가 내놓은 ‘대륙공작보고’는 ‘황금방패 프로젝트’가 중국 사회 동태를 전면적으로 장악하는 고급 과학기술 공안 시스템으로 이 인터넷 감시 시스템은 거대한 데이터베이스와 인터넷 감시 시스템이 결합된 21세기 전자판 공산 독재 통치 도구라고 발표했다.
중국은 1998년 본 프로젝트를 입안한 이래 2003년 9월 정식으로 시작하여 2006년 11월 제1기 프로젝트 검수를 완료했다. 기술적인 문제로 2기 프로젝트는 올해 말 비로소 완성된다. 총 8억 달러가 투입됐다.
중국 정부의 계획에 따르면 ‘인터넷 만리장성’의 인터넷 정보 감시 통제는 ‘황금방패 프로젝트’의 일부에 불과하다. 다른 한 부분은 공안 시스템의 행정관리 정보 시스템이다. 중국은 이를 베이징 상하이등 대도시에 설치한 감시기가 20만 개를 넘어섰다. 대규모 데이터베이스와 네트워크 감시가 결합하여 사회 변화 통제가 용이해진 것이다.
중국 거대한 전자공안시스템을 구성하는 인원은 어마어마하다. 국무원신문판공실 인터넷 관리국, 인터넷연구중심여론정보처, 중앙선전부인터넷국, 공안부공공정보인터넷 안전 감찰국, 중국 인터넷 위법 불량정보 고발 센터 등 전문 기구와 그밖에 인터넷 관리와 관련 있는 인원은 최대 30만 에 달하는 것으로 추산된다.
2006년 2월 미국 하원 국제관계위원회에서 ‘중국의 인터넷: 자유의 도구인가 탄압의 도구인가’라는 청문회가 열렸다. 중국 네티즌 규모가 지금의 절반인 1억1000만 명이었던 당시 5만여 명의 사이버 경찰이 활동 중이라는 증언이 나온 바 있다. 3년 가까운 사이에 6배의 인력이 증강된 것이다.

◇다용도 황금방패=대륙위원회는 ‘황금 방패 프로젝트’가 감시 봉쇄 기능에 그치지 않고 수비와 공격을 동시에 하는 새로운 형태의 투쟁 전선으로 작용한다고 평가했다. 예를 들어 중대사건이 발생하면 인터넷 경찰은 한편으로 봉쇄수단, 삭제를 통해 정부에 불리한 인터넷 여론을 제거할 뿐만 아니라 다른 한편으로 각종 가명으로 네티즌들의 토론을 정부의 방침인 ‘주선율(主旋律)’쪽으로 이끌기도 한다.
대륙위원회는 더불어 ‘황금방패 프로젝트’를 통해 축적된 기술과 인재는 군사용으로 전용돼 미래 전자정보전쟁의 주역이 될 수 있다고 전망한다. 중국 ‘사이버 군대’는 일찍이 ‘황금방패 프로젝트’를 통해 바이러스 살포, 해커 공격 등 전자전 실험을 실시한 바 있다.
상업적 측면에서 ‘황금방패 프로젝트’는 새로운 비즈니스 기회를 수반한다. 시스코, 야후, 구글과 같은 인터넷, 네트워크 다국적 기업의 선진 기술이 중국의 요구와 결합되어 고객에게 적용될 경우 비즈니스 모델이 탄생할 수 있을 것으로 전문가들은 내다보고 있다.

◇중국 네티즌의 반격=이러한 통제에 대하여 중국의 네티즌들도 보다 영악해지고 있다. 익명을 요구한 구글 엔지니어는 ‘황금방패 프로젝트’에서 사용하는 프로그램을 따돌릴 수 있는 네티즌 제작 프로그램도 속속 등장하고 있다고 말한다.
네티즌과 중국정부의 두뇌 싸움이 이제 막 시작된 것이다.

◇해외 언론 사이트 다시 봉쇄=한편, 올림픽 기간 중 개방되어 일반인들에게 개방되었던 해외 사이트들이 12월 들어 속속 폐쇄되고 있다. ‘명보(明報)’, ‘아주주간(亞洲周刊)’ 사이트가 12월 2일부터 중국 내지에서 접속이 끊겼다. 이와 함께 BBC중문망, VOA중문망, YouTube 홍콩 대만판이 함께 폐쇄됐다. 올림픽 기간 동안 보여줬던 여론자유가 사라진 것이다.
보도에 따르면 중국 내부의 인터넷 매체 역시 ‘주의’를 받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신랑(新浪)을 제외하고 여러 포털 사이트들이 각종 채널과 사이트 편집을 정돈할 것으로 알려졌다. 2009년에 경제, 정치 및 치안 방면의 위기가 폭발할 경우를 대비하기 위한 조치다. 일련의 언론 정돈 조치 속에서 전통매체 역시 벗어날 수 없었다. '남방도시보'의 장이핑(江藝平) 여사가 최근 인사조치 당한 것도 최근 언론 정돈 움직임과 관련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신경진 중국연구소 연구원 = xiaoka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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