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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황 틈탄 다단계사기 더 교묘해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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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0면

#. 다단계업체인 CN사는 전국에 26개 지점을 갖고 있다. 지난해부터 올 10월까지 지점을 통해 투자자를 모집했다. 계좌당 100만원씩 10계좌까지 투자가 가능했다. 인터넷TV(IPTV) 셋톱박스 사업을 통해 ‘대박’을 터뜨리겠다는 장담을 했다. 6개월 만에 투자 원금에 30%~50%의 수익을 보장하겠다는 조건이었다. 정보통신(IT) 사업인 데다 확정수익 보장이란 조건이 투자자를 안심시켰다. 6600여 명이 4007억원을 투자했다. 하지만 이 회사는 IPTV 개발능력이 없었다. 회사 간부는 지난해 2조원대의 불법 다단계판매로 적발된 사람들이었다.

#. 강모(여·44·구속)씨는 올해 5월부터 투자자들을 모집했다. 아이템은 아프리카 가나에서 금광개발사업을 추진한다는 것이다. ‘두 달 내에 투자금의 120%를 지급하겠다’고 약속했다. 가나 족장, 가나의 대사와 함께 찍은 사진이 활용됐다. 공범인 금광개발업체인 MH사 대표 김모씨가 이들과 찍은 사진이다. 강씨는 3100여 명에게서 178억여원을 받아 챙겼다. 그러나 실제로 가나에 투자한 돈은 10%에 불과했다. 수익도 전혀 없었다.


경제위기를 틈타 불법 다단계 업체가 다시 고개를 들고 있다. 정보통신·해외자원개발 등 첨단사업이 미끼다. 검찰은 700여 개의 불법 다단계 업체가 휴·폐업을 거듭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수사기관에 적발돼 처벌을 받으면 회사 이름을 바꾸는 수법을 쓴다는 것이다. 계열사를 설립하는 수법으로 다른 범행을 재개하기도 한다. 현재 95개 업체가 성업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다단계 영업으로 처벌받은 사람들을 분류하는 데이터베이스(DB) 작업을 하고 있다.

◆진화하는 다단계업체=과거엔 생필품이나 화장품·건강식품 등이 다단계 업체의 주요 상품이었다. 하지만 첨단 IT사업과 금융업 투자로 진화했다. 첨단 업종에 대한 투자(유사수신행위)가 주요 범행수법으로 바뀌었다. HMR사 대표 한모(41·구속)씨는 “대부업 사업에 투자하면 24주 동안 원금+30%의 수익금을 배당해 주겠다”며 투자자를 모집했다. 7400여 명에게서 1966억원을 받아 챙겼다. ‘전기절감기 판매사업’(N사), ‘음식물처리기판매’(LC사) 등 투자상품 유형이 다양화됐다. 검찰 관계자는 “투자 아이템이 무엇이든 다단계 프로그램은 3~6개월이면 투자금이 고갈된다”고 말했다. 더 이상 수당이나 배당금을 줄 수 없게 된다는 것이다. 피해자를 대량 양산하는 구조는 동일하다.

◆전산프로그램 관리업체도 등장=다단계업체를 위해 회원관리 전산프로그램을 전문적으로 공급·관리해 주는 전산업체와 프리랜서도 등장했다. 수법이 그만큼 교묘해진 것이다. 검찰은 불법 다단계·유사수신업체 수백 곳에 다단계 프로그램을 공급한 7개 업체와 프리랜서 1명을 적발했다. 대가로 300만∼4500만원을 받았다. 업체 관계자 중 일부는 과거 불법 다단계 업체의 전산실장으로 근무하면서 익힌 노하우를 활용했다. 아예 다단계 전문 전산업체를 세운 것이다. 또 전산학교 강사 등 개인 프리랜서 50∼100명이 활동 중인 사실도 확인했다.

서울중앙지검 형사4부는 14일 100억원대 이상 다단계업체 12개를 적발해 CN사 대표 김모(41)씨 등 16명을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사기 혐의로 구속기소했다. 102명은 불구속기소됐다. 피해액만 1조129억원, 피해자는 11만91명에 이르는 것으로 조사됐다. 검찰은 피해액 10억~100억원대의 83개 업체를 추가로 수사 중이라고 밝혔다.

검찰은 다단계 프로그램 공급업자 이모(40)씨 등 전산업체 대표 5명도 유사수신행위 방조혐의로 불구속기소했다. 프리랜서 김모(33)씨도 벌금형에 약식기소했다. 검찰은 “이들은 다단계 업체의 요구대로 프로그램을 짜면 수신액이 3~6개월 만에 소진된다는 걸 알면서 전산 프로그램을 공급해줬다”고 밝혔다.

정효식·박유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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