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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애학생‘생존교육’법은 만들어놓고 …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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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2면

12일 오후 서울 광진구 Y초등학교 인근의 한 문방구점. 진열대에서 한참을 망설이던 김모(13)군이 연필 한 자루를 골랐다. 그러나 한 손에 연필을 쥔 채 말없이 자리를 맴돌았다.

10여 분이 흘렀다. 그새 또래들은 물건과 돈을 내밀고 거스름돈을 챙겨 갔다. 주인이 김군에게 다가가 “살 거냐”고 물었다. 김군은 지폐를 움켜쥔 손을 호주머니에서 꺼냈다. 아이는 곧 손을 다시 주머니에 넣었다. 김군은 자폐아다. 가게 밖에서 아들을 지켜보던 어머니(40)는 “아이 스스로 지하철을 타고 연필 한 자루 살 수 있다면 부모로서 소원이 없을 것”이라며 한숨 쉬었다.

김군 같은 장애아동에겐 지하철·버스 타기, 물건 구입 등을 가르치는 ‘생활교육’이 필수다. 특수교육을 전공한 전문 교사와 함께 실생활 속의 반복 학습으로 ‘생존의 기술’을 터득해야 한다.

하지만 김군은 수개월간 생활 교육을 받지 못했다. Y초교에 근무 중인 특수교사는 총 2명, 장애학생은 24명에 이른다. 김군 어머니는 “혼자서 13명을 돌보는 담임에게 생활교육을 해 달라고 말할 엄도 못 낸다. 참다못해 교육청에 항의했으나 예산이 없다는 답변만 들었다”고 말했다.

고질적인 특수교사 부족에 장애학생의 부모들이 애를 태우고 있다. 최근 개정 장애인교육법이 시행됐으나 특수교사의 수는 여전히 법정 인원을 밑돌고 있다. 참다못한 학부모들은 거리로 나와 천막 농성을 벌이고 있다.

◆특수교사 절대 부족=교육과학기술부에 따르면 올해 초·중·고교에 재학 중인 장애학생은 7만1484명에 이른다. 지난해(6만5940명)에 비해 8.4%(5544명) 늘었다. 반면 내년 전국의 시·도 교육청이 신규 모집하는 특수교사는 341명에 그친다. 현직 교사 중 281명이 내년 초 퇴직 예정임을 감안하면 실제 증원은 60명에 불과하다.

지난해 5월부터 시행된 장애인교육법은 장애학생 네 명당 특수교사 한 명을 배치하도록 규정했다. 그러나 현재 전국의 특수교사는 9460명으로 장애학생 여덟 명에 한 명 꼴이다. 교과부 관계자는 “공무원의 신규 채용을 줄이자는 정부 방침 때문에 어쩔 수 없다”고 밝혔다.

◆생활교육은 사실상 포기=교사 부족은 생활교육의 부실로 이어지고 있다. 서울 S중학교의 특수학급엔 장애학생 10명이 수업을 받고 있다. 교사는 김모(37)씨 한 명뿐이다.

김씨는 애초 2주일에 한 번꼴로 생활교육을 계획했다. 하지만 요즘엔 한 달에 한 번도 하지 못하고 있다. 김씨 혼자 아이들을 데리고 학교 밖에서 실습하기엔 안전상의 위험이 크기 때문이다. 김씨는 “부모 2명이 장애아 한 명을 보육하는 데 쩔쩔매듯 교사 한 명이 10명을 가르치긴 어렵다”고 털어놨다. 재학생 S군(발달장애2급)의 어머니(43)는 “학부모들이라도 나서야 하지만 대부분 넉넉하지 못한 형편에 시간 내기도 어렵다”고 안타까워했다.

학부모들과 단체들은 정부에 교사 증원을 요구 중이다. 전국장애인교육연대는 지난달 14일부터 여의도 국회의사당 앞에서 천막 농성을 이어가고 있다. 김기룡 사무국장은 “허울 좋은 법령만 만들어놓고 실제 교육 여건 개선에는 관심 없는 정부와 국회의원들에게 계속 항의할 것”이라고 밝혔다. 김송석 단국대 교수(특수교육)는 “사회 경험을 쌓는 생활교육은 장애인에겐 사칙연산·글읽기 등 교과과목보다 훨씬 중요하다”며 “장애아동 부모들의 아픔을 고려해서라도 특수 교사의 우선 충원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강기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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