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농구] 거인군단 KCC 4연패 … 고개 숙인 ‘천재’ 허재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25면

허재 KCC 감독(右)과 하승진이 모비스 에 패한 뒤 엇갈려 걸어가고 있다. [전주=연합뉴스]

프로농구 KCC 허재(43) 감독이 수렁에서 빠져나오지 못하고 있다. 7일 KT&G전 이후 4연패에 빠졌고 모비스에는 이번 시즌에 세 번 만나 모두 졌다. 문제는 해결책이 보이지 않는다는 점이다. 팀의 강점인 높이도 활용하지 못한다. 허재 감독은 현역 선수 시절 별명이 ‘농구 대통령’이다. 그보다 더 농구를 잘할 수 있는 사람이 없다는 극찬이다. 하지만 현재는 이기는 방법을 잊어버린 지도자처럼 보인다.

허재 감독의 KCC가 14일 전주실내체육관에서 열린 프로농구 경기에서 모비스에 81-83으로 무릎을 꿇었다. 모비스는 2연패를 끊고 반전의 전기를 마련했지만 KCC는 비관적이다. 9승10패, 6위로 떨어졌다.

경기 초반 KCC가 높이의 우위를 앞세워 밀어붙였다. 모비스에는 2m가 넘는 선수가 한 명도 없는 반면 KCC는 2m 이상이 하승진(2m22cm)·서장훈(2m7cm)을 포함해 5명이다. 농구에서 높이는 가장 무섭고 치명적인 무기다. 시즌 전부터 KCC가 우승 후보로 손꼽혔던 이유다.

KCC는 1쿼터 출발이 좋았다. 서장훈 대신 처음 스타팅으로 기용된 하승진이 모비스에 부담으로 작용했다. 전반은 KCC가 44-36으로 앞섰다. 하지만 3쿼터 들어 모비스에 57-64로 역전을 허용했다. 4쿼터 허재 감독이 허둥대기 시작했다. 1분46초 만에 하승진을 빼 버렸다. 서장훈을 투입할 것으로 예상됐지만 서장훈은 여전히 벤치를 지켰다. 하승진도, 서장훈도 빠진 상황이니 모비스의 승리는 필연이었다. KCC는 강점 없는 평범한 팀으로 전락한 것이다. 모비스에 조직력에서 밀리는 KCC로서는 우위를 점할 방법이 없었다.

이날 허 감독의 선수 기용에 대해 여기저기서 수군거렸다. 하승진을 4쿼터 초반 뺀 것은 자유투 성공 확률이 낮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서장훈을 기용하지 않은 것은 설명할 방법이 없었다. 허재 감독은 “서장훈의 컨디션이 좋지 않았다. 서장훈이 나왔을 때 3쿼터 동점을 허용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서장훈은 경기에 나선 4분6초간 슛 한 번도 던져보지 못했다. 일각에서는 “서장훈과 불화를 보이는 게 아니냐”는 의혹의 눈길을 보내기도 한다. 최근 허 감독은 작전타임 중에 선수들을 혼내느라 작전판을 들지 못하는 경우가 생기는 등 허둥대는 모습도 보였다.

한편 원주에서는 1위 동부가 LG를 85-64로 이겼다. 부산에서는 SK가 홈팀 KTF를 82-80으로 눌렀고, 서울에서는 삼성이 전자랜드에 87-79로 승리, 2연승을 달렸다.

채준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