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둑] 위빈 떴다…TV바둑 우승, LG배 8강 진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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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에서 위빈(兪斌)9단이 화제다. 37세의 위빈이 올해 단체전인 CSK배 우승을 주도하고 TV바둑아시아선수권전에서 송태곤7단을 꺾고 우승한데 이어 LG배 세계기왕전에서도 8강에 진출하자 젊은 유망주들의 부진에 지친 중국 언론은 일제히 위빈에게 박수를 쏟아붓고 있다. 인터넷 바둑사이트 사이버오로의 중국통 김경동씨가 내용을 정리했다.

"약간 불쌍해 보이는 얼굴의 위빈9단은 결코 강하다는 느낌을 주는 기사가 아니다. 별명은 어두(漁頭, 생선대가리). 그의 구겨진 표정을 상징하는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위빈은 같은 세대의 정상급 기사 마샤오춘(馬曉春)이 일찌감치 승부에서 멀어진 것과 달리 훨씬 끈질긴 생명력을 보여주고 있다. 위빈은 우승 소감에서도 '내 바둑은 남보다 못한데 운이 남보다 좋았다'고 말한다.

그러나 위빈은 1998년 LG배에서 우승할 때 두달이나 두문불출하며 결승전 상대인 유창혁9단의 기보를 200국이나 분석하는 노력을 기울였다. 위빈은 녜웨이핑-마샤오춘-창하오-구리로 이어지는 중국 바둑사에서 언제나 1인자의 그늘에 가려 있었다. 세계 1인자 이창호 앞에서는 더욱 의기소침해지는 경향도 있다.

그러나 위빈은 현명하고 성실한 사람이다. 위빈은 공식적인 자리를 피하고 접대성 자리도 피한다. 그는 바둑사랑, 가족사랑, 그리고 아이들을 무척 좋아해 이것이 그가 속으로 간직하는 3애(三愛)다. 그를 가장 난처하게 만드는 것은 기자들의 인터뷰 요청을 받는 것이며 또 칭찬받는 것이다. 위빈은 인터넷 프로그래머로 자신의 기보 프로그램을 스스로 만들 능력이 있다. 젊은 강자들이 부진할 때 아무도 기대하지 않았던 '성실한 위빈'만이 자기 몫 이상을 해주며 젊은이들의 귀감이 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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