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성계 어도부터 무당 칼까지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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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2호 05면

11월 5일 개막해 2009년 1월 18일까지 고려대박물관 기획전시실에서 열리는 ‘칼, 실용과 상징전’은 한·중·일 칼을 한눈에 비교·감상할 수 있는 흔치 않은 기회다. 고려대박물관(관장 조광)과 경인미술관(관장 이석재)이 공동 기획한 이 전시엔 조선 태조 이성계가 사용한 것으로 알려진 어도(御刀) 등 전통도검 100여 점이 나들이했다. 특히 특정 도검이 쓰인 상황을 짐작할 수 있는 어진(御眞)·풍속화·서책과 갑옷 등 무구류 일반을 함께 배치해 관람객의 이해를 도왔다.

- 한·중·일 刀劍 한데 모인 ‘칼, 실용과 상징전’

전시는 기능과 사용자를 기준으로 ‘제왕의 칼’ ‘무사의 칼’ ‘선비의 칼’ ‘여인의 칼’ ‘신들의 칼’ 등 다섯 갈래로 구성됐다. 고려대박물관 허용 연구원은 “한·중·일 칼의 비교도 흥미롭지만, 실용을 넘어서 칼의 다양한 상징성에 주목하면 더욱 풍부하게 감상할 수 있을 것”이라고 소개했다.

예컨대 ‘신들의 칼’에 소개된 사인검의 경우 인년(寅年)·인월(寅月)·인일(寅日)·인시(寅時), 즉 호랑이 인(寅)자가 네 번 들어가는 길일에 제작돼 귀신을 물리치는 강한 양의 기운이 담긴 것으로 알려진다. 이런 칼은 실전용이라기보다 부적 같은 역할을 했고, 임금이 하사하면 가보로 전하던 귀한 것이었다. 일반적으로 은장도를 떠올리는 ‘여인의 칼’에도 기녀들이 검무를 출 때 쓰던 칼과 무당 칼 등을 포함시켜 칼의 역사성과 쓰임새를 다채롭게 조명했다.

이번 전시가 성사되기까지는 고려대박물관이 소장 중인 조선 도검이 결정적 역할을 했다. 1934년 설립돼 국내 대학박물관 중에서 연세대박물관과 더불어 최고(最古)를 다투는 고려대박물관은 칼에 대한 인식이 척박하던 60~70년대부터 민속유물 수집의 일환으로 다수 도검을 확보해 왔다.

정호섭 학예연구사는 “고려대박물관 소장품은 약 10만 점(국보 3점, 보물 2점 포함)으로 국내 대학박물관 중 최고 수준”이라며 “대학이 문화예술 연구와 보존에 앞장서야 한다는 신념이 오랜 기간 축적된 결과”라고 소개했다. 전시회가 열리는 백주년기념삼성관은 2005년 완공돼 지하의 특별전시실 이외 6개의 전시공간을 갖췄다. 문의 02-3290-15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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