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생순 감독 임영철] ② 올림픽중 아버지 별세 이어 어머니 치매 판정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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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중앙 영화‘우리 생애 최고의 순간’의 감격을 재현하며 베이징 올림픽에서 값진 동메달을 거머쥔 여자 핸드볼 대표팀 임영철 감독.

경기 종료 1분 전, 그는 은퇴 직전의 노장 선수들을 코트에 세워 유종의 미를 거두게 했다. 이러한 배려의 리더십은 가정에서도 통한다.

두 아들의 아빠, 캠퍼스에서 만난 아내의 완소남편으로 살아가는 그를 만났다.

*** 올림픽 기간 중 아버지 별세 이어 어머니 치매 판정,
막내아들이 납골당에 바치는 선물

아내의 남편 자랑은 계속 이어질 듯 싶다가, 타계한 부친의 이야기가 나오자 분위기가 숙연해졌다. 그는 지난 7월 말, 태릉선수촌에서 훈련을 하던 중 비보를 접했다. 건강하던 부친이 갑자기 타계한 것.

올림픽 준비 때문에 임종을 못 지킨 것이 내내 마음의 가시처럼 남아 있다. “훈련 때문에 바빠서 두 달 동안 못 뵈었는데, 운명하시는 것도 못 지켰어요. 당뇨가 있기는 했지만 건강 관리를 잘하셔서 회복했거든요.

돌아가시기 전날 밤에도‘막둥이 금메달 따는거 보고 죽어야 하는데…’라고 하셨대요. 편히 주무시다 운명하셔서 아무도 임종을 지키지 못했어요.” 그는 부친 타계 충격에 이어 모친마저 위중 하다는 소식을 듣고, 선수단보다 하루 앞서 귀국했다.

치매 초기인 모친을 얼싸안고 어찌나 울었는지….

3남 1녀 중 막내아들인 그를 향한 어머니의 사랑은 유난히 끔찍했다. “중학교 때부터 핸드볼을 시작했는데 아버지가 많이 반대했어요. 당시에 공부도 꽤 잘했고, 육군사관학교에 진학하고 싶어 했는데 꿈이 바뀌었으니까요. 아버지 반대가 심해서 어머니가 위로와 격려도 많이 해주셨고, 아버지 몰래 합숙하고 운동하면서 어머니랑 비밀이 많이 생겼어요.(웃음)”

그는 중학교 3학년 때 전국체전에서 최우수선수상을 받고도 아버지가 무서워 트로피를 감추었다. 숨겨 놓은 트로피를 발견한 아버지는 냅다 바닥에 내쳐 두 동강이 나고 말았다.

울음소리를 목구멍으로 삭히던 기억이 아직도 생생하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도 핸드볼 열 정은 사그라들지 않았고 실력도 날로 향상 되었다. 고려 고등학교에 스카우트 됐고, 원광대학교 체육교육학과에 입학하면서 그의 아버지는 마음을 놓으셨다.

배려의 리더십은 아버지에게 물려받은 재산 인지도 모른다. 초등학교 때까지 아버지가 이모와 외삼촌들까지 교육시키며 방 한 칸에 10명씩 잠을 자며 살았던 것.

당신 자식과 처가 식구들을 책임지는게 부담스러웠을 텐데도 아버지는 한 번도 인상을 쓴 적이 없다. 아버지를 향한 애틋한 그리움은 국내 대회가 끝나자 진하게 밀려왔다. 올림픽 동메달에 이어 국내 대회 우승하는 장면을 보여드리지 못한 것이 그저 아쉽기만 했다.

그는 아버지 사십구재에 납골당을 찾아 우승 소식도 전하고, 네 가족의 사진을 두고 오려 한다. 시아버지 별세 후 남편의 쓰린 마음을 달래주기 위해 아내는 세심한 배려를 아끼지 않는다. 사실 늘 그랬다.

아내는 훈련과 경기로 떨어져 있는 시간이 더 많은 남편이 그립고, 외로워도 남편이 부담스러워할까봐 말을 아낀다. 그럴때면 의외로 로맨틱한 그는“여보 사랑해”라며 애정 표현을 아끼지 않는다. 더구나 술을 한 잔이라도 걸치는 날이면 애정 표현 강도는 더욱 진해진다.

“코트에서는 남편의 눈빛이 매서운데 평상시엔 애교쟁이예요. 떨어져 있는 시간이 많다 보니 전화 통화를 자주 하는데 아직도 장거리 연애하는 기분이라니까요.(웃음)”

취재_민은실 기자 사진_박영아(studio lam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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