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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OOK북카페] “70% 아이들은 비주류 … 그래도 희망은 평등”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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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7면

청소년 소설의 ‘사각지대’를 건드렸다.

『꼴찌들이 떴다』(비룡소)는 실업계 고교생들의 현장 실습이야기가 골격이다. 성적은 바닥이지만 나머지는 평범한 아이들을 주인공으로 내세웠다. 청소년 소설의 단골 소재였던 왕따도, 학교 폭력도, 10대의 임신도, 부모의 이혼도 없다. 갈등의 주 무대였던 학교와 가정이란 울타리를 드디어 넘은 셈이다. 자연히 세상을 보는 시야는 넓어졌다. 아이들이 어른 세계를 함께 경험하면서 현실과 이면, 진실과 거짓, 삶의 고통과 기쁨에 새롭게 눈을 뜬다.

작가 양호문(48·본명 손양호·사진)씨는 이 작품으로 비룡소 주최 ‘제2회 블루픽션상’을 받았다. 독특한 설정은 작가의 독특한 이력에서 나왔다. 양씨는 “대학 졸업 후 지방의 소규모 건설회사와 철 구조물 생산 회사, 농산물 유통 회사, 서적 외판, 편의점 경영, 입시학원 강사, 신문사 지국 총무까지 다양한 직업을 두루 겪었다”고 말했다.

그의 폭넓은 인생 경험과 실제 공고에 다니는 아들의 이야기가 작품 속에 녹아있다.

“아이가 공부를 못해요. 성적표를 받아올 때마다 ‘꼴찌’라고 비아냥거렸죠. 그러다 생각을 바꿨어요. 사실 청소년들의 70∼80%가 비주류 아닌가요? 그들에게 용기와 희망을 주고 어른들에게는 자기 반성의 계기를 주고 싶어 책을 쓰기 시작했죠.”

책 줄거리는 이렇다. 공고 3학년생 재웅·기준·호철·성민이에게 실습 기회가 왔다. 신이 나 회사를 찾아갔는데, 산골마을의 고압송전철탑 공사 현장으로 내몰린다. 탈출을 시도했지만 실패! 그 곳에서 아이들은 막노동판과 농촌의 현실을 생생하게 체험한다.

이야기의 오지랖은 참 넓다. 환경 파괴와 기업의 세습경영, 수입 소고기와 농산물 도둑 문제, 심지어 삼청교육대까지 등장한다. 던져놓은 생각거리가 무궁무진하다.

열린 결론도 책의 특징이다. 이야기는 해피엔딩이면서, “A급 태풍이 올라오고 있다”고 끝낸 마무리가 독특하다. “어른 세계에 들어갈 아이들에게 앞으로 질풍노도 같은 삶이 펼쳐진다는 것을 암시했다”는 작가. 유쾌·발랄한 문체의 아기자기한 청소년 소설에 익숙한 독자들이라면 참신하다고 느낄만한 작품이다.

이지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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