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흘 만에 순매도 … 외국인 단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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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6면

사흘 연속 이어진 외국인 투자자의 한국 주식 ‘사자’ 행진이 11일 일단 끝났다. 이날 거래소 시장에서 장 막판까지 1600억원이 넘는 순매수를 기록하던 외국인은 마감 동시호가 때 통신주 등 일부 종목을 중심으로 물량을 쏟아내며 955억원 순매도(잠정)로 돌아섰다. 11일의 경우만 놓고 외국인이 완전히 ‘팔자’로 돌아섰다고 단정할 순 없다. 하지만 외국인의 본격적인 한국 증시 ‘귀환’을 말하긴 섣부르다는 점도 분명해졌다.

◆외국인 ‘단타’ 가능성=10월 이후 외국인이 국내 주식을 3일 이상 연속 순매수 한 것은 세 번이다. 시기별로 많이 사들인 종목은 확연히 차이가 났다. 외국인 순매수 상위 20개 종목을 기준으로 보면 10월 29일부터 사흘간 사들일 때는 정보기술(IT)주 비중이 59%에 달했다. 하지만 11월 26일부터 나흘 동안은 36%로 확 낮아졌다. 다시 이달 8~10일엔 30%로 더 떨어졌다. 반대로 철강·화학 등 소재 업종은 1%→16%→19%로 급격히 늘었다. 조선·자동차도 비중이 높아졌다.

외국인이 IT 주식을 집중적으로 사들이던 10월 말은 그나마 올해 말부터 IT 경기가 조금씩 나아질 거란 기대감이 남아 있던 시기다. 어느 정도는 한국 기업의 기초체력을 믿고 투자했다고 볼 수 있는 이유다. 하지만 최근 외국인이 투자 비중을 높인 철강·조선·자동차는 이런 기대에서 샀다고 보기는 어렵다. LIG투자증권 서정광 투자전략팀장은 “철강·화학·조선 등은 최근 각국이 쏟아낸 경기부양책에 기대고 있는 업종”이라며 “정책 효과로 주가가 단기 상승하는 부분을 챙기겠다는 전략일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코스피 지수가 단기 급등하자 외국인이 다시 매물을 내놓은 것도 이런 분석을 뒷받침한다.

◆환 차익 베팅 가능성=한국 주식을 산 외국인은 주가가 제자리에 머물더라도 원화 가치만 오르면 이익이다. 원-달러 환율이 1500원일 때 1달러를 들여와 주식을 샀다면 환율이 1300원이 될 때 주식을 팔아 환전할 경우 다시 1달러를 챙기고도 200원이 고스란히 남기 때문이다. 이달 들어 한국 증시는 가파른 달러화 기준 주가 상승률을 보이고 있다. 10일까지 15.7% 올라 인도(12.4%)·중국(10.5%)·대만(2.9%)을 모두 앞질렀다.

주가와 원화 가치가 동시에 뛰었기 때문이다. 외국인의 투자가 환 차익을 내는 데 더 초점이 맞춰져 있다면 지속적인 자금 유입을 기대하긴 어렵다. 한·중·일 통화 스와프 확대 같은 호재가 남아 있다지만 원화 가치가 끝없이 올라갈 순 없기 때문이다.

외국인 매수세가 연말 효과라는 분석도 있다. 교보증권 황빈아 연구원은 “한국 주식을 계속 팔아온 헤지펀드의 환매가 지난달로 일단락된 데다 연말 배당을 노린 투자도 일부 들어오고 있다”고 말했다. 황 연구원은 “각국의 경기부양책이 증시에 주는 효과가 줄기 시작할 이달 말부터는 외국인도 다시 기업의 기초체력을 보고 투자를 결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선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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