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인정보 유출 심각-학원.출판사서 빼내 물품강매등 이용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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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3면

“다른 집 애들은 영어교육을 받고 있습니다.3학년이 된 미라도 영어 교재를 마련해 미리 공부시켜야 하지 않을까요.”

초등학교 3년생 딸을 둔 白모(40.주부.서울동작구상도동)씨는 최근 낯선 남자로부터 걸려온 전화를 받고 깜짝 놀랐다.

S영어사 소속이라고 밝힌 전화속의 남자가 집안 사정을 훤히 꿰뚫어보듯 딸이름까지 들먹이며 영어 학습교재 구입을 권유했기 때문이다.

白씨는“우리집 전화번호와 주소를 어떻게 알았느냐”고 물었으나 이 남자는“다 아는 방법이 있다”면서 막무가내로 교재 구입만 권유하다 전화를 끊었다.

개인의 주소.전화번호.신상명세등 절대로 공개돼서는 안될 개인정보가 본인도 모르게 유출되고 있다.

한국소비자보호원에 따르면 95년 접수된 학습교재 피해사례 1천7백여건중 개인의 신상명세를 유용한 피해사례만 5백여건에 이르고 최근에도 A문화사등 중소업체나 출판사등이 이같은 기법을 이용,물품을 판매한다는 신고가 줄을 잇고 있다.

지난 1월 한국정보공사라는 무허가 신용정보업체가 경찰.구청.세무서.전화국 직원등과 짜고 개인.법인등의 부동산 보유및 신용상태를 알아내 기업.변호사사무실등 2백80군데에 건당 25만~40만원씩 받고 팔아넘기다 검찰에 적발돼 공동대표 4명이 구속됐다.

또 91,92년엔 국민연금관리공단 전산실 직원이 가입자 10만명의 이름.직장명.전화번호.우편번호등이 수록된 테이프 1개와 국민연금 가입사업장 11만8천여곳의 사업장명.주소.대표자 이름.전화번호등이 수록된 마그네틱 테이프를 민간 판

촉업자에게 넘겨주는등 개인정보 유출사고가 끊이지 않고 있는 실정이다.

최근엔 재수생 명단을 입수해 이들 가정에 학원 입학을 권유하는 우편물을 보내는 입시학원들의 상술도 기승을 부리고 있다.

서울 강남의 Y학원 관계자는“전문업체를 통해 재수생 한명에 1백여원씩 주고 입학을 권유하는 우편물 발송을 의뢰한다”고 털어놓았다.

H자동차 영업사원 朴모(42)씨도“해마다 개인택시 면허 합격자 발표에 앞서 구청 지역교통과를 통해 합격자 명단을 입수,판촉활동을 한다”면서“구청 직원들에게 사례비조로 건당 수만원씩 지급하는 경우도 있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소비자보호원 이상식(李相植)과장은“이한영(李韓永)씨 피격사건에서 보듯 개인정보 유출이 치명적인 피해로 이어질 수 있는 만큼 돈을 받고 정보를 넘겨주는 일부 공무원과 개인정보를 되파는 업자들에 대한 철저한 조사가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정제원.장동환.심재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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