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련 겪은 ELS “더 안전하게 …”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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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주가 하락으로 된서리를 맞은 주가연계증권(ELS) 시장에 변화 조짐이 일고 있다.

ELS는 주가가 일정범위 안에만 있으면 떨어지든 오르든 수익을 얻도록 설계된 파생금융 상품이다. 그런데 10~11월 주가 급락으로 ‘넘지 말아야 할 선’을 넘는 바람에 원금 손실을 낸 ELS가 무더기로 쏟아졌다. 자연히 시장도 꽁꽁 얼어붙었다. 그러자 증권사들도 원금보장형으로 ELS 상품구조를 바꾸며 투자자 유치에 나섰다.

◆쪼그라든 시장=이번 주 A증권사는 두 종류의 ELS를 내놓았지만 판매된 금액은 10억원을 넘지 못했다. 그나마 한 상품은 7억원 가까이 팔렸지만 다른 상품은 3억원을 넘기지 못해 설정 자체가 취소됐다.

ELS는 일정 규모 이상 팔리지 않으면 헤지 비용을 감당하지 못해 설정을 할 수 없다. 한 증권사 ELS 담당자는 “한 번에 3개 정도의 상품을 매달 두 차례 내놓는데 지난달에는 절반이 취소됐다”고 말했다. 투자자들의 외면으로 지난달 ELS의 발행액은 처음으로 1000억원을 밑돌았다.

인기가 최고조에 달했던 6월엔 3조원 넘게 발행됐다. 다만 발행건수는 82건을 기록했다. 6월의 741건에 비하면 89%가량 줄었지만 발행액 감소폭보다는 덜했다. 증권사들이 여전히 상품을 내놓고 있지만 돈이 잘 모이지 않는다는 의미다.


◆안전 추구형 급증=상품의 구조도 바뀌고 있다. 원금보장형이 확 늘었다. 동양종금증권 조사 결과 지난달 발행된 ELS 가운데 원금보장형은 37%를 기록했다. 4~5월엔 원금보장형이 6%에 불과했다. 대신증권 관계자는 “요즘 고객들이 수익률보다는 안전을 원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원금 비보장형의 경우에도 안전판을 대폭 강화했다. 상반기만 해도 기초자산 가격이 처음보다 30% 이하로 빠지면 원금 손실이 발생하는 상품이 대부분이었다. 하지만 이달에 발행된 ELS 가운데는 원금 보장 하한선을 50%까지 보장하는 상품이 많았다.

기준으로 삼는 지표도 코스피200지수가 인기다. 지난달 발행된 ELS 가운데 75%가 코스피200을 기초자산으로 삼았다. 이달에도 전체 27개의 ELS 가운데 코스피200지수를 쓴 상품이 22개였다.

SK증권 장외파생상품팀 송방준 과장은 “코스피지수는 어느 정도 바닥에 근접했다고 느끼는 반면 개별 종목은 여전히 하락 위험이 커 외면당한다”고 말했다.

개별종목을 기초자산으로 이용하는 상품도 주가 등락폭이 크지 않은 핵심 블루칩 위주로 구성된다.

우리투자증권 하철규 차장은 “삼성전자·KT·한전·포스코·현대차처럼 급락할 가능성이 크지 않은 5개 종목 외에는 일단 배제하고 있다”고 말했다.

◆수익률은 더 높아져=보통 원금 보장이 되는 기초자산 가격의 하한선이 내려갈수록 수익률은 떨어진다. 연초에는 기초자산 가격이 30% 하락할 때까지 원금을 보장하는 상품은 수익률이 12~18% 수준이었다. 이와 달리 최근 나온 상품은 원금 보장 하한선이 훨씬 내려갔지만 수익률은 오히려 올랐다.

굿모닝신한증권의 ‘ELS 990’호의 경우 코스피200지수가 50% 아래로 떨어지지 않을 경우 24%의 수익을 제공한다.

대우증권 파생상품영업부 이민규 대리는 “주가 변동성이 커지는 바람에 해지를 해도 수익률이 커지는 경향이 있다”며 “냉정하게 따져보면 원금 보장 폭도 크고 수익률도 높은 요즘이 ELS 투자의 적기”라고 말했다.

최현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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