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 경영 '情으로 업그레이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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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3면

글로벌 정보기술(IT)업체의 국내 법인인 한국썬마이크로시스템즈가 한국식 ‘정(情) 경영’으로 괄목할만한 경영성과를 올리고 있다.

한국썬은 IT경기 침체로 관련업계 시장이 위축된 가운데서도 지난해 4분기 전분기보다 34% 이상 매출이 늘었다.최근 2년새 한국 법인의 이직률은 관련 업계 평균 10%에 못미치는 연평균 3% 미만이다. 글로벌 본사는 올해 3천300명의 감원계획을 세웠지만 한국 법인은 경영실적이 괜찮은 덕분에 감원계획이 없다.

한국썬의 유원식(45)사장은 "좋은 경영실적을 내려면 숫자만 관리해선 안 되고, 직원의 행복지수가 높아져야 한다는 생각에 '가족'이나 '정(情)'같은 한국적 가치를 경영에 도입했는데 이후 경영실적이 눈에 띄게 좋아지고 있다"고 밝혔다.

유사장은 1년10개월 전 사장으로 취임한 이후 '정(情) 경영' 프로그램을 마련해 순차적으로 도입하고 있다. 이 프로그램은 글로벌 썬마이크로시스템즈에서 시행하지 않는 독자적인 제도들이다.

대표적인 것이 올 1월부터 시작한 선택적 복리후생 제도인 '썬 업(sun up)'. 유치원 자녀 학비나 대학생 자녀 학비, 또는 극장 관람료와 헬스 이용료 등 원하는 포인트 내에서 다양하게 쓸 수 있다. 특히 가족이나 자녀들에게 주는 혜택이 많아 직원들이 좋아하고 있다.

이 제도는 한국처럼 가족을 중시하는 중국과 싱가포르의 썬마이크로시스템즈에서도 도입하는 것을 검토 중이다.

두번째는 직원이나 가족이 암 등 치명적 질병에 걸리면 치료비 일체와 입원비를 부담해 주는 질병 보험제도다. 회사가 비용을 부담해 직원 전원이 가입했다.

'행복한 가정 만들기'캠페인도 지난해부터 진행하고 있다. 직원들은 물론 가족들도 초청, 전문가를 불러 '자녀와의 대화법'같은 강의를 듣는다. 직원들이 부인들에게 보내는 영상편지를 제작해 가족들에게 들려주기도 했다.

업무 목표뿐 아니라 ▶몸무게 감량▶가족과 시간 보내기 같은 개인적인 목표도 회사가 체계적으로 조언, 관리해 준다. 유원식 사장 개인적으로는 '몸무게 74㎏으로 감량, 가족과 최소 10일은 같이 여행하기'를 1분기 개인 목표로 먼저 공개했다. 직원들이 분기별로 업무 목표와 개인목표를 공개하면 사장이 e-메일을 직접 350명의 직원에게 일일이 보내 진행 상황을 격려한다.

IT에 대한 실무를 체계적으로 가르쳐주는 '썬 스타(Sun Star)'인턴 프로그램도 한국의 심각한 취업난을 감안해 만든 한국 법인만의 독자적인 제도다.

노동부와의 연계로 정부에서 지원하는 보조금 30만원을 포함, 한달에 60만원의 활동비를 받을 뿐만 아니라 ▶마케팅▶인사▶전산 등 원하는 영역에서 실무경험을 6개월 동안 쌓을 수 있다. 이 제도는 지난 2월 노동부가 지정하는 최고의 인턴 제도로 선정됐다.

유사장은 "직원이나 사회의 반응이 좋은 제도는 아시아 지역의 다른 법인들도 도입할 수 있도록 적극적으로 알려 나가겠다"고 말했다.

최지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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