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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초단체장 재·보선 '총선 대리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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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 26일 경기도 부천 중앙공원에서 열린 한 정당의 부천시장 보궐선거 유세장. 자전거를 타고 가던 한 시민이 멈춰서 후보의 연설을 듣고 있다. [연합]

오는 6월 5일 치러질 전국 19곳의 기초단체장 재.보선 열기가 뜨겁다. 광역단체장 선거 못지않다. 대부분의 전임 시장.군수.구청장이 17대 총선에 도전함에 따라 생긴 빈 자리들이다. 해당 지자체가 총선 지역구와 겹치는 경우도 많다. '총선 2라운드'라는 얘기가 그래서 나온다.

서울 강동구는 대표적인 '대리전' 지역이다. 16대 의원인 열린우리당의 이부영(강동갑)상임중앙위원과 17대 총선에서 李의원을 누른 한나라당 김충환(직전 구청장)당선자가 서로 자기 사람을 내세워 '설욕'과 '수성'을 장담하고 있다. 구.시의원을 지낸 열린우리당 이해식 후보는 李의원의 보좌관 출신이다. 한나라당 신동우 후보는 金당선자의 대학원 1년 선배로 서울시에서 함께 공무원 생활을 했다.

경기도 부천시도 원혜영 전 시장의 총선 출마로 보선이 치러지는 곳이다. 지난 총선에선 이 지역 네곳의 선거구 중 元전시장(오정구) 등 3석을 열린우리당이 차지했다. 한나라당은 김문수(소사구)의원만 당선됐다. 이에 따라 이번 부천시장 보선은 '원혜영 대 김문수'의 구도가 됐다. 열린우리당에선 신철영 전 경실련 사무총장이, 한나라당에선 홍건표 전 소사구청장이 출사표를 던졌다.

충북 충주시의 열린우리당 이승일 후보는 옛 경쟁자의 도움으로 재기에 나섰다. 李후보는 2002년 지방선거에서 당시 한나라당 후보였던 이시종 전 시장에게 패했다. 그러나 17대 총선에선 열린우리당 후보로 나선 李전시장을 도와 당선시켰다. 그 결과 이번 시장 보선에서 든든한 '역(逆)지원'을 받게 됐다.

대전 동구청장 선거에 나선 열린우리당 박병호 후보는 같은 당 박병석(대전 서갑)의원의 친형이다. 朴후보는 민선 1기인 95년 자민련 소속으로 구청장이 됐지만 이번엔 동생과 같은 간판으로 재도전한다. 대전은 보선이 치러지는 세곳(동.유성.대덕구) 모두가 현직 구청장의 총선 출마가 원인이 됐지만 정작 총선에 나선 세명은 한 사람도 국회의원 배지를 달지 못했다.

과열 조짐이 보이는 곳도 있다. 경기도 평택시에서는 지역 TV토론의 질의내용이 사전에 열린우리당 윤주학 후보 측에만 유출됐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尹후보 측은 "사실 여부는 선관위에서 조사해봐야겠지만 후보 본인은 이런 내용을 전혀 몰랐다"고 해명했다.

각 당은 모두 "해볼 만하다"는 분위기다. 열린우리당은 영남을 제외한 나머지 지역에서 대부분 우세를 보여 10~14곳에서 당선시킬 것으로 보고 있다. 한나라당도 서울과 영남권 8곳 정도를 우세지역으로 분류하고 충청.제주 등에 공을 들이고 있다. 민주당과 자민련도 각각 호남과 충청에서 실지(失地) 회복을 노리고 있다.

김선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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