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 사람] "한국 핵폐기물 처리기술 세계적 수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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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3면

"원자력 발전소에서 나오는 폐기물을 얼마나 안전하고 싸게 처리하는지를 놓고 세계는 지금 기술전쟁을 하고 있습니다."

원자력 폐기물을 유리물질 안에 가둬 저장하는 기술로 영국국제인명기관(IBC)의 '2004년 세계의 과학자 2000'에 선정된 대전 원자력환경기술원장 송명재(宋明宰.55) 박사는 이같이 말한 뒤 "다행히 한국의 원전 폐기물 처리 기술은 세계적 수준에 이른다"고 말했다. 원자력환경기술원은 한국전력의 자회사인 한국수력원자력㈜의 연구소다.

그는 "풍력.태양 에너지는 기술력.경제성 등에서 아직 실용화 단계가 아니다"면서 "앞으로 50여년은 원자력을 따라 올 만한 에너지가 없다"고 강조했다.

宋박사의 설명에 따르면 최근 제주도에서 시험 중인 풍력 발전의 경우 건설비는 원자력 발전소의 80% 정도지만 경제성이 원자력에 비해 7~8% 수준이다. 그나마 바람이 약하면 쓸모 없게 된다. 태양 에너지도 원자력 발전에 비해 비용이 10배 정도 더 든다. 에너지를 저장하는 배터리 성분의 환경 오염도 문제다.

"핵 폐기물에는 고준위.중저준위 두 가지가 있습니다. 고준위는 연료봉 안에 들어 있는 우라늄 찌꺼기입니다. 방사능 농도는 높지만 분량이 적어 처리하기에 그리 어렵지 않습니다. 문제는 중저준위입니다. 우라늄 폐기물 처리 과정에서 작업자들이 입었던 옷과 휴지 등 생활 쓰레기 형태인데 부피가 커 처리가 어렵지요."

宋박사는 중저준위 폐기물을 고열로 태운 뒤 남은 성분에 화학 물질을 추가해 유리로 만드는 기술에 도전했다. 이렇게 하면 폐기물 부피가 20분의 1까지 줄고, 설령 물이 침투하더라도 유리 상태여서 지하수가 오염될 걱정을 안 해도 된다. 그는 이런 처리 방식을 지난해 실용화했다. 2007년에는 이 기술을 이용한 처리 시설이 울진에 들어선다.

그는 "가장 중요한 안전성이 국제적으로 인정을 받아 국제 특허를 신청했다"고 말하고 "현재 미국.프랑스와 기술 수출을 논의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宋박사는 서울대 원자력공학과를 졸업한 뒤 한국전력에 입사, 국내 첫 원자력 발전소인 고리에서 폐기물 담당 과장을 지냈다. 이후 미국 유학을 떠나 피츠버그대에서 석사, 미시간대에서 박사학위를 받았다.

대전=글.사진 김태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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