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대 총선 보도 "방송, 이미지 전달에 치중"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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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7면

▶ 지난 21일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열린 언론정보학회 세미나. 왼쪽에서 셋째가 권혁남 언론정보학회장(당시). 그 오른쪽 옆이 22일 새 학회장으로 선임된 김남석 경남대 정치언론학부 교수다. 그 다음은 중앙대 이민규 교수.

올해 17대 총선에선 미디어 선거 운동을 놓고 논란이 일었다. 정책과 이슈 대결은 실종되고 감성만을 자극하는 경우가 많았다는 것이다. 일부 신문과 방송은 편향성 시비에 줄곧 시달리기도 했다. 탄핵 보도와 관련해선 KBS와 MBC가 논의의 정점에 있었다.

그렇다면 유권자들은 미디어가 홍수처럼 쏟아내는 뉴스를 어떻게 이해하고 받아들였을까. 언론 보도와 매체 신뢰도를 분석하면 어떤 결론이 나올까. 유권자들의 미디어 이용 행태와 언론의 영향력을 조사해 온 한국언론정보학회는 지난 21일 '2004 총선, 미디어와 유권자'라는 세미나에서 그 결과를 발표했다.

◇"TV 보도가 정치 냉소주의에 영향"=이민규 중앙대 신문방송학과 교수는 '방송의 2004 국회의원 선거보도 분석'이라는 논문에서 "탄핵의 후폭풍으로 방송은 전반적으로 정책 대결보다 다양한 이벤트와 이미지 보도에 집중했다"고 비판했다. 각 정당의 이념적 스펙트럼이 다양하게 펼쳐진 상황이지만 심도 있는 정책.판세 분석은 부족했고 대신 '감성매체'의 특징을 보여주는 보도에 치중했다는 것이다.

또 이강형 대구대 언론매체학과 교수는 '정치 참여에 대한 미디어 이용 등'이라는 발표에서 TV의 부정적 선거 보도가 정치에 대한 냉소에 영향을 미친다는 흥미로운 분석 결과를 내놓았다. 그는 "(신문과 달리)방송의 부정적인 선거보도 내용에 동의할수록 응답자들의 정치적 냉소주의가 높아지는 것으로 나타났다"며 " 탄핵에 대한 유권자의 감정적 반응에 대해서도 TV가 가장 큰 영향력을 행사한 것으로 분석됐다"고 주장했다.

이어 양승찬 숙명여대 언론정보학부 교수는 "탄핵 정국 속에서 치러진 이번 총선에서 노무현 대통령을 반대하는 사람들은 지지자들에 비해 상대적으로 침묵했다"며 "'침묵의 나선이론' 가설이 어느 정도 입증됐다"고 지적했다. '침묵의…'은 한쪽 의견이 다수인 것으로 인식되면, 다수의 편에 선 사람은 계속 그 주장을 강하게 표현하지만 반대 측은 입을 닫게 돼 양상이 더 심화한다는 것이다.

◇"유권자, 지지정당 따라 신문 선호 달라"=권혁남(전북대 언론학부 교수) 언론정보학회장은 '미디어 이용 및 평가'라는 논문에서 "조사 결과 중앙일보가 우리나라 신문 중 열독률과 신뢰성이 가장 높다는 응답이 나왔다"고 발표했다. 권교수는 "17대 총선과 관련해 가장 많이 읽은 신문(열독률)이 무엇이냐는 질문에 중앙일보 23.1%, A일보 21%, B일보 17%, C일보 9%, 지방 일간지 4.8% 등의 순으로 응답이 나왔다"고 밝혔다.

이는 '가장 신뢰하는 신문'을 묻는 질문에서도 동일했다. 중앙일보(20.2%), A일보(17.4%), B일보(16.6%), C일보 (16.2%), D일보(3%) 등의 순으로 나타났다. <그래픽 참조> 이번 조사는 지난 4월 9~14일 서울.경북.전북 지역 등의 20세 이상 유권자 2447명에 대해 1대1 면접과 온라인 조사로 이뤄졌다.

유권자의 정당 지지 성향에 따라 신문 선호도 다른 것으로 나타났다. 중앙일보의 경우 열린우리당.한나라당.민주노동당 등 여러 정당 지지자가 고루 선택한 반면 조선일보의 경우 한나라당 지지자들이 주로 읽은 것으로 조사됐다. 한겨레의 경우 민주당과 민노당 지지층에선 열독률이 높았지만 한나라당을 지지하는 유권자들 사이에선 최하위권이었다.

◇고학력일수록 신문.인터넷 많이 봐=이 밖에 미디어 이용 행태를 조사한 결과 남성이 여성보다 신문과 인터넷을 상대적으로 많이 이용하고, 여성은 TV를 더 많이 시청한다는 결과가 나왔다. 또 고학력일수록 신문과 인터넷을, 저학력일수록 TV를 많이 봤다. 정치 사안에 대한 매체 신뢰도는 TV가 가장 높았고, 신문.인터넷 순이였다.

김택환 미디어 전문기자, 이상복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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