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기업도산→은행부실' 차단 안간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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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13면

중국경제의 과열을 식히기 위한 긴축정책이 발표되면서 세계 금융시장이 요동쳤다. 중국이 급격한 긴축에 들어갈 경우 중국에 대한 의존도가 높은 한국경제는 심각한 타격을 받을 것이란 우려도 크다. 중국 현지 취재를 통해 중국경제에 과열 논란이 불거진 배경과 중국정부의 대책, 그리고 전망 등을 살펴봤다.

◇일부 업종에 국한된 과열=원자바오(溫家寶) 총리의 '열 내리기(降溫)정책'은 지난 4월 말에 갑자기 나온 게 아니다. 이미 지난해 하반기에 사실상 시작됐다. 2001년까지 다소 침체국면을 보였던 중국 경제는 2002년에 조금씩 회복되기 시작했다. 2003년 초에는 이미 철강 등 일부 업종에서 과열을 걱정할 수준에 이르렀다. 그러나 같은 해 6월에 중중 급성호흡기증후군(SARS.사스)사태가 터지면서 중국경제의 급격한 침체를 우려하는 시각이 팽배했다.

이 와중에 중국정부는 과열 억제보다 투자를 묵인하는 정책을 취했고 철강.시멘트.부동산.전해 알루미늄.자동차 등의 분야에 투자가 급증했다. 지난해 고정자산 투자 증가율은 26.7%에 달했고 올해엔 43%가 늘어날 것으로 예측됐다. 2003년 국내총생산(GDP) 증가율이 9.1%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나면서 과열론이 본격적으로 제기됐다. 결국 중앙정부가 부분적인 과열을 인정하고 대책을 내놓기에 이르렀다.

◇토지개발 제한과 금융 긴축=중국사회과학원 경제연구소 쥐진원(劇錦文)연구원은 "정부의 과열 억제 정책은 땅과 돈을 묶는 방식으로 구체화됐다"고 말했다. 철강.자동차.시멘트 등의 경우 공급이 수요를 따라가지 못하면서 지방정부들이 경쟁적으로 공장 증설에 나섰다. 지방정부는 토지사용권을 무더기로 민간 기업에 양도(사용권 出讓)했고 국유 토지의 마구잡이 개발이 심각하게 진행됐다.

상당수 지역에서 환경영향평가를 받지 않고 농지가 공장지로 용도변경됐고 토지면적이 급감하면서 식량의 안정적인 공급을 우려할 지경에 이르렀다.

이에 따라 중국 국토자원부는 과거 수의계약이 가능했던 국유토지의 사용권 양도를 경매.입찰 등 공개시장에서 거래하도록 의무화했다. 개발 가능한 토지의 공급을 줄여 투자 과열을 간접적으로 억제하겠다는 것이다.

금융회사를 통해 돈줄을 죄는 방식도 동원되고 있다. 우선 중앙은행인 인민은행이 시중은행의 지급준비율을 두차례 올렸다. 과열 업종의 경우 투자 프로젝트의 자기자본금 비율도 대폭 인상했다. 철강의 경우 자본금 비율이 25%에서 40%로 높아졌다. 그만큼 사업성이 떨어져 투자의욕이 가라앉기를 기대하는 것이다. 중국 정부는 과열이 심화될 경우 금리를 인상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

◇금융부실 예방조치=부분적인 경기 과열을 막기위해 중국정부가 강력한 조치를 취하는 이유는 금융부실을 막자는 데 있다. 과거 계획경제 시절에 4대 국유은행은 비효율적인 국유기업의 부실을 메우기 위한 정부의 돈주머니(cash cow)역할을 하면서 부실이 눈덩이처럼 불어났다. 최근엔 정부가 중국은행과 건설은행의 자본금 부족액을 메워주기 위해 450억 달러의 외환보유액을 끌어다 쓰기도 했다.

중국정부는 과열을 방치할 경우 기업의 수익성이 급격히 악화돼 줄도산하고 이것이 결국 금융부실로 이어져 또다시 엄청난 예산을 부실 청소에 쏟아부어야 하는 상황을 가장 우려한다.

◇연착륙 낙관=대외경제정책연구원 중국팀 남영숙 연구위원은 "중국경제의 경착륙 가능성은 크지 않은 것 같다"고 평가했다.

중국정부가 비교적 초기 단계에 적극적인 과열 억제 정책을 편 것이 중장기적으로는 8% 전후의 안정적인 성장을 지속하는 데 도움이 된다는 관측이 일반적이다. 그러나 중국경제의 몸집이 워낙 크기 때문에 중앙정부의 과열 억제가 제대로 먹힐지는 여전히 의문이다.

중국사회과학원 쥐진원 연구원은 "지방정부들이 겉으로는 중앙의 과열억제 정책을 따르는 척하면서 속으로는 지역발전을 내세워 과열 투자를 계속할 우려가 있다"고 지적했다.

중국은 그동안 효율성을 높인다는 이유로 시장의 자율성을 키워왔다. 그 결과 민간자본과 지방의 자율권이 대폭 확대됐다. 그만큼 중앙정부의 통제력이 예전만 못한 상황이다.

베이징.상하이.칭다오.선양=장세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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