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위의 온정으로 웃음찾은 백혈병 쌍둥이 자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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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3면

“세영(世榮).하영(河榮)이는 병마에 쓰러지지 않을 겁니다.틀림없이 완쾌돼 많은 분들이 보여준 사랑과 격려에 환한 웃음으로 보답할 거예요.”

백혈병과 싸우고 있는 쌍둥이 자매의 어머니 김미라(金美羅.28)씨는“성금뿐 아니라 전화 한 통,편지 한 줄에도 그저 감사하는 마음뿐…”이라며 말을 잇지 못했다.

생후 9개월된 쌍둥이 자매의 애처로운 백혈병 투병 사실(본지 2월21,22일자 23면 보도)이 알려지자 이들을 돕기 위한 온정의 손길이 끊이지 않고 있다.

28일 현재 치료비에 써달라며 독자들이 보내온 성금은 9백84건에 모두 8천9백73만7천2백62원.20~30명이 모은 성금을 한꺼번에 전달하기도 하고 전보나 편지 격려도 엄청나게 많아 실제 온정대열에 참여한 사람은 2천명이 넘을

것으로 추정된다.특히 가장 많은 성금을 보낸 사람이 3백만원일 정도로 모두 십시일반(十匙一飯)으로 작은 정성을 모았다는 점에서 우리사회에 아직 인정이 메마르지 않았음을 입증한 셈이다.

金씨는 특히 초등학생 은경(12).은주(9)자매가 병실을 찾아 “쌍둥이가 다 나으면 예쁘게 머리를 묶어달라”며 평소 모아두었던 머리핀.목걸이.반지를 저금통에 가득 담아 건네주던 순간을 잊을 수가 없다고 했다.

아버지 정창인(鄭敞仁.30)씨는“형편이 어려워 치료를 제대로 못받고 있는 백혈병 어린이들이 많을텐데 우리 아이들에게만 온정이 쏟아져 한편으론 마음이 무겁고 우리식구만을 알고 살아왔던 내 자신이 부끄럽기조차 하다”고 감격해했다.

주위의 온정에 힘입어 세영이는 백혈구 수를 늘리는 1차 치료를 성공적으로 끝내고 강원도 강릉 이모댁에서 통원치료를 받고 있으나 골수성 백혈병을 앓는 하영은 열흘이상 40도를 오르내리는 고열로 항암치료조차 받지 못해 부모의 애를 태우고 있다. 〈김준현.장혜수 기자〉

▶“경제적으로 도울 수는 없지만 세영.하영이의 친구가 되고 싶어요.용기와 희망을 잃지 마세요.”-서울구로구개봉동 최지성(18)양의 편지.

▶“하느님을 믿지 않으셨더라도 하느님은 아이들의 질병을 치료해주실 것을 믿습니다.”-경주 宋모씨의 편지.

▶“신은 인간에게 극복할 수 없는 고통을 주지 않습니다.지금은 참담하고 암울하지만 이겨낼 수 있으리라 확신합니다.”-부산시남구남천동 익명의 독지가.

▶“티없이 맑은 어린 생명의 무한한 가능성을 굳게 믿고 용기를 잃지 마시기 바랍니다.”-익명의 독지가가 보낸 성금 봉투.

▶“백혈병과 싸우고 있는 쌍둥이 자매의 완쾌를 기원합니다.”-대전 김은태씨의 전보.

▶“두살배기 애기를 키우고 있는 부모로서 너무도 가슴이 아픕니다.용기를 잃지 마시고 꼭 나을 수 있도록 기도드리겠습니다.”-미국 버지니아주에서 한 주부가 전화 격려.

▶“세영.하영일 보니 쌍둥이 아이를 키우던 옛 생각이 납니다.잘 키우시길 빕니다.”-1백만원을 보내온 40대 아주머니.

▶“나도 젊은 시절 어려운 환경 속에서 자수성가했습니다.힘든 일 지나고 나면 틀림없이 좋은 일이 오게 마련이니 참고 용기를 잃지 마세요.”-익명의 50대 남자의 격려.

▶“몸이 많이 아픈 경험이 있어 쌍둥이의 괴로움을 잘 압니다.이번 일을 계기로 아이들의 좋은 친구가 돼줄 수 있을 것같습니다.”-화교라고 밝힌 50대 남자의 전화 격려.

▶“쌍둥이의 쾌유를 위해 항상 기도드리겠습니다.빨리 건강이 회복돼 큰 기쁨 누리시길 빕니다.”-경기도부천시 고강제일교회 교우들의 성금 봉투.

◇성금접수 계좌

▶서울은행 11901-1723043▶국민은행 815-01-0029-814(예금주:중앙일보사)

<사진설명>

각지에서 보내온 온정에 힘을 얻은 정창인.김미라씨 부부가 27일 저녁

서울신촌 세브란스병원 병실에서 백혈병과 투병중인 세영.하영 자매를

품에 안고 모처럼 밝게 웃고 있다. 〈오동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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