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의국정>6.끝 제 잇속만 찾는 패거리.정상배 정치- 대책은 없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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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가장 오래 대통령 자리에 있었던 박정희(朴正熙) 전대통령은 71년 12월 당시 수도경찰청장(서울시경찰청장)에 임명된 이건개(李健介.자민련)현의원에게 임명장을 주고 환담하는 자리에서 대통령직의 문제점에 대해 언급했다.“내가 해보니까

모든 권한이 대통령에게 집중돼 있어 너무 힘들어.…지금은 빠른 시간내에 경제를 성장시키기 위해 불가피하지만 일단 경제가 어느정도 성장해 미국처럼 마이카시대가 오면 각 분야가 자율적으로 돌아갈 수 있도록 대통령의 권한을 축소해야 해.”

96년말 현재 우리의 자동차 보유대수는 9백55만대다.국민 4.8명당 1대꼴,거의 한 가구에 한 대씩인 셈이다.

김광웅(서울대.행정학)교수는 “모든 문제는 권력의 지나친 집중에서 나온다”며“일차적으로 대통령에게 집중된 정치권력,관(官)에 집중된 각종 인허가권이 분산돼야 한보같은 일이 근본적으로 방지될 수 있다”고 주장한다.朴전대통령이 얘기한

'대통령의 권한축소,각 분야의 자율'과 같은 맥락이다.

이병규(정치학)박사는“우리나라 대통령은 3권분립 위에 서있는 영도자다.국회와 사법부의 견제를 받지 않고 3권 위에 서있으니까 잘못을 해도 견제할 수 있는 장치가 없다”고 말했다.

어차피 권력 정상은 외롭고 의심이 많기에 가까운 측근에 의존한다.5공에서 군부의 사조직인 하나회가 차지했던 자리를 6공에서는 박철언(朴哲彦)의원등 TK가,문민정부에서는 가신이 이어받은 셈이다.따라서 권력자 개인의 의지와 양식에 의

존하기보다 권력의 부패 가능성을 차단하는 제도적 장치를 마련하는게 보다 현명한 대책이라는 지적이다.

미국의 경우 대통령의 권력은 다른 2권,특히 의회에 의해 끊임없이 견제당함으로써 남용을 막고 있다.클린턴 대통령의 대선자금 스캔들을 파고드는 것도,워터게이트 사건을 파헤쳐 닉슨 대통령을 물러나게 한 것도 의회였다.우리의 경우 국정

감사와 청문회라는 비슷한 권한이 국회에 있지만 제기능을 못한다.다수인 여당의원들이 대통령 눈치보기에 급급하기 때문이다.이같은 태도는 기본적으로 의원들의 당선이 유권자보다 절대권력자의 의지,즉 공천권에 더 많이 좌우되는 현실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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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이삼성(가톨릭대)교수는 “후진적 붕당정치를 타파하기 위해서는 정파의 보스 대신 국민이 직접 공천권을 행사하는 당내민주화가 시급하다”고 주장한다. 〈오병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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