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 박연차 회장 금명간 소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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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0면

박연차(63) 태광실업 회장에 대한 검찰의 소환 조사가 초읽기에 들어갔다. 대검 중수부는 9일 박 회장 측과 소환 날짜를 조율 중이라고 밝혔다. 소환 시기는 10~12일 사이다. 11일이 유력하다.

검찰은 박 회장을 소환하면 일단 200억원대 탈세 혐의로 구속영장을 청구할 방침이다. 그런 뒤 미공개정보이용 혐의 등에 대해 수사를 확대키로 했다. 박 회장은 최근 측근에게 “오늘이라도 당장 검찰에 나가 조사를 받고 싶다”고 밝혔다고 한다. 노건평씨 다음 타깃이 자신임을 알고 있는 박 회장의 심리적 압박감을 단적으로 표현한 말이다.

이 측근은 “박 회장이 자신이 잘못한 것에 대해서는 대가를 치르되 의혹이 불거진 부분에 대해서는 적극 해명해 수사가 빨리 마무리되길 바라는 심정을 밝힌 것”이라고 설명했다.

박 회장은 지난 주말께 서울에 올라와 박상길 전 부산고검장을 필두로 한 김앤장의 변호인단과 매일 대책을 숙의해 왔다. 박 회장은 또 로비 대상 여야 정치권 인사들의 이름이 적혀 있다는 리스트의 존재와 관련, “그런 게 있다면 검찰 압수수색에서 전부 확보됐을 것”이라고 부인했다고 한다. 박 회장 측은 “박 회장이 주변의 괜찮은 인물들을 돕긴 했으나 그런 걸 수첩에 적어두진 않았다”고 밝혔다.

박 회장은 수십 년 동안 신발 사업에만 전념해 왔다. 그러다 2006년 7월 휴켐스를 인수하고 이후 남해화학 인수도 추진했다. “사업다각화를 위한 경영상 결정이었다”는 게 박 회장 측 주장이다.

박 회장 측은 “정대근 전 농협회장과는 같은 고향(경남 밀양)으로 오랜 친분이 있다. 사전에 농협 자회사 매각 문제를 상의할 수는 있지 않았겠느냐”고 말했다. 검찰 관계자는 “신발사업이라는 한 우물만 파다가 권력에 기대 다른 사업에 손댄 것이 화근이 된 것 같다”고 말했다.

정효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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